[김태석의 축구 한잔] 2020 ACL 통해 카타르 월드컵을 맛보다

김태석 2020. 11. 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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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2020 ACL 통해 카타르 월드컵을 맛보다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 잔

2020년 아시아 클럽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2020 AFC 챔피언스리그의 동아시아 지구 토너먼트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 전역의 축구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승부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새로운 것들을 꽤 즐겁게 지켜볼 수 있다. 바로 카타르의 경기장 환경이다. 이 경기장 환경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활용될 스타디움을 살짝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가 FIFA 월드컵을 유치했을 당시, 척박한 사막 환경에서 과연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축제가 열리는 게 가능한가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의구심이 매우 컸었던 게 사실이다. 대회 개최 시기가 겨울로 이동하면서 더위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월드컵을 치를 만한 경기장 환경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었었다. 하지만 한창 진행되고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를 보면 그 우려는 기우일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꽤나 훌륭하다.


카타르를 비롯한 묘한 중동의 축구경기장 분위기

위 사진은 2011 AFC 아시안컵 8강 일본과 카타르의 맞대결이 벌어졌던 알 가라파 스타디움이다. 앞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게 된 이유는, 아마도 9년 전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시 카타르는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 그리고 카타르 스타스 리그의 몇몇 클럽들의 홈을 활용해 대회를 치렀었다. 월드컵을 유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열렸던 터라 카타르의 메이저 대회 개최 역량을 살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는데, 조직위원회 측에서 취재진과 선수단의 편의를 굉장히 신경 써 준 덕에 부담 없이 취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을 제외하면 월드컵 경기 규격에 맞지 않은 스타디움을 활용했던 터라 숙제도 꽤 많겠다는 걱정도 했었다.

그 숙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를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활용되는 스타디움은 총 네 군데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류할 수 있다. 그간 카타르 축구의 얼굴 구실을 한 유서 깊은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과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 완공된 에듀케이션 스타디움과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이다. 이중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이 월드컵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이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중동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경기장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은 중동 축구 경기장하면 묘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바짝 말라버린 듯한 잔디 느낌, 뭔가 묘한 느낌을 들게 하는 현지인들의 응원가 가락, 그리고 경기장 한복판에 커다랗게 자리한 현지 종교 지도자들의 사진 등이 뇌리에 스친다. 현지인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기장 풍경이겠으나, 외지인들에게는 그저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일 뿐이었다.

비단 팬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선수들도 출국 전에 녹음된 현지 팬들의 응원가를 틀어놓고 사전 적응 훈련을 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질감이 전혀 없다. 굉장히 수준 높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 올랐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K리그 팀들의 이구동성, “카타르 환경, 확 바뀌었다”

현재 수원 삼성 선수단과 함께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최원창 프로는 <베스트 일레븐>과 인터뷰에서 “9년 전 아시안컵 때 와보고 이번이 두 번째 카타르 방문인데, 인프라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유럽과 진배없이 만들어놓았다. 코로나19 현지 방역 규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경기장을 돌아다니지 못했으나, 과거 중동하면 느껴지던 그런 분위기는 전혀 감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 선수들이 뛰었던 킹 칼리파 국립경기장을 예로 들었다. 최 프로는 “이 경기장은 개보수를 했는데, 과거에는 중동 느낌이 나는 경기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최신식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FC 서울 미디어 오피서로 카타르에 간 이지훈 서울 홍보미디어과장은 내부 시설 사진까지 보여주며 과거와는 확 달라진 카타르 축구 환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베스트 일레븐>에 “알 사드의 홈인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은 오래된 경기장이라 내부 시설에 조금 아쉬움이 있으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또, “선수단 라커룸을 비롯해 냉·온탕 시설, 건식·습식 사우나 시설 등 매우 수준 높은 편의 시설을 갖추었다. 훈련구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선수단만을 위한 전용 훈련구장을 두 면이나 쓰고 있는데 질적인 측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두 팀의 매우 호의적인 반응은 중동 원정을 갈 때마다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말을 자동 반사처럼 했었던 과거의 중동 원정 사례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적어도 시설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는 비단 프런트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20년 전에 전북 현대 선수 자격으로 카타르를 방문한 후 처음 여기에 왔는데 모든 게 바뀌었다. 완전히 달라 보인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준비가 매우 잘되어 있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약간이라도 원정 환경이 나쁘면 직설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 축구인들이 이처럼 후한 평가를 내리는 건 극히 드물다. 그만큼 현재 카타르의 환경이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화제의 에어컨 스타디움, “춥다고 느낄 정도”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싸고 가장 큰 논쟁 이슈는 바로 혹독한 고온의 사막 기온에서 과연 대회를 치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카타르가 해답으로 내세운 게 바로 에어컨 스타디움이었다. 카타르는 2011 AFC 아시안컵 당시에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 에어컨을 설치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는데, 축구장에 거대한 에어컨이 가동된다는 이 발상은 그때만 해도 약간은 ‘기행’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때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춘 스타디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카타르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는 팀들의 반응을 보면 ‘에어컨 스타디움’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활용 가치가 있어 보인다. 최원창 프로는 “아시안컵 당시에는 관중석 아래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에어컨 바람이 피치에도 그대로 불어온다. 덕분에 실제 온도보다 피치 위 온도가 약 9도 정도 낮다. 다른 사람들은 못 믿겠지만,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니 추울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지훈 과장도 마찬가지 반응을 내놓았다. 이 과장은 “한낮 정오에도 시원한 온도로 맞춰주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라며 카타르의 에어컨 스타디움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적어도 경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경험한 이들의 평가였다.


그래선지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치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최 프로는 “현재 카타르는 ‘월드컵 프로토콜’에 따라 대회를 치르고 있다. 월드컵 예행연습을 하듯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래선지 과거 중동에서 겪었던 답답한 일처리는 전혀 없다. 정말 깔끔하게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이 과장 역시 “호텔과 훈련장 주변을 ‘버블 바리게이트’로 쳤다. 그래선지 코로나19 방역 지침은 완벽하다. 숙박시설과 음식도 훌륭하다”라며 AFC와 카타르가 완벽하게 대회를 준비했다고 평가했다.

월드컵 개최국의 개최 역량은 전 세계 축구 언론들 사이에서 늘 도마에 오르는 이슈다. 소위 축구 선진국에서 개최되는 대회가 아닌 이상, 여러 문제점이 여러 외신을 통해 지적되는 게 다반사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 역시 대회 전까지는 후텁지근한 장마성 기후 때문에 많은 공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가 없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 세상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그들을 향해 던졌는데, 지금까지는 해법을 잘 찾아나가고 있다. 이는 카타르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곳을 몸으로 경험한 이들의 평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현지를 눈으로 간접 경험하는 축구팬들도 의외로 잘 준비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사진=수원 삼성·FC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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