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사전 트라이아웃', KBL 신인 선발 제도 개선 불씨될까?

강재훈 2020. 11. 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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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라운드 지명 신인 임현택 선수와 문경은 감독


프로농구 SK가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일부 선수들에 대한 사전 트라이아웃을 실시해 논란에 휩싸였다. SK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사과했고, KBL은 향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SK "작년에도 했었는데."…즉시 사과로 사태 진화

SK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단국대 임현택(23·197cm)을 지명했다. 또, 이어진 2라운드 1순위(전체 11순위)로는 한양대 오재현(21·187cm)을 호명했다.

이에 앞서 SK는 지난 21일, 임현택과 오재현을 포함한 6명의 선수를 따로 소집해 자체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KBL은 "자체적인 사전 트라이아웃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어 제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실이 알려지자 SK는 나머지 9개 구단에 사과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신인 김형빈 선수도 드래프트 전에 미리 불러 메디컬 테스트를 했다. 이번에는 여러 명의 선수를 불러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 같아 다른 구단들에 사과했다"고 밝혔다.

■사전 트라이아웃 금지는 합의 사항

SK의 발 빠른 사과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KBL의 설명대로 제재할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은 유감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여러 차례 구단들이 이를 금지하기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A 구단 측은 "자유계약이라면 사정이 다르지만 동일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트라이아웃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사전 트라이아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구단과의 뒷거래로 공식 트라이아웃에서 선수가 태업할 수도 있다. 만약에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다른 구단들의 지명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SK의 사전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6명 중 5명(SK 2명 포함)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B 구단 측은 "심하게 보면 '갑질 논란'으로 비칠 수도 있다. 만약 여러 구단으로부터 동시에 사전 트라이아웃 요청을 받은 선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트라이아웃으로는 부족? vs. 핑계에 불과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는 2016년부터 '선 순위 추첨, 후 드래프트'로 진행됐다. 순위 추첨을 하고 일주일 뒤 공식 트라이아웃(오전)-드래프트(오후) 방식이다.

지명 전까지 구단들에 고민할 시간을 주고, 화젯거리가 나오길 바라는 게 KBL의 은근한 기대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시간이 '사전 트라이아웃'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이에 대해 현행 트라이아웃으로는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SK 관계자는 "올해 48명의 선수가 네 팀으로 나뉘어서 두 경기씩 뛰었다. 한 선수당 15분~20분에 불과한 셈이다"라고 해명했다.

SK는 올해 1라운드 10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사전 소집한 6명의 선수도 10순위 안팎 지명이 예상된 선수들이었다. 코로나 19 사태로 대학리그가 축소되는 등 1라운드 하위권 지명 예상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가 적었다는 게 SK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핑계라는 반론도 있다. C 구단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 전지훈련도 취소됐다. 프로팀들이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치렀기 때문에 기량 확인이 힘들다는 변명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 구단 말대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해 볼 시간이 부족했더라도 어찌 됐든 10개 팀 모두 공평한 상황이다. SK만 사전 트라이아웃을 실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면 허용? 전면 금지?…KBL "제도 개선 논의할 것"

이번 논란은 신인 선수 선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D 구단 측은 "회사가 면접을 보고 직원을 뽑는 것처럼 이번 기회에 인성이나 부상 등 신인 선수들을 여러 면에서 검증하고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공감대를 여러 사무국장이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주자는 구단들의 구체적인 제안들도 많다. 현행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구단들이 순번을 정해 테스트를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E 구단 측은 "(대회가 적게 열릴 경우는) 개막 전 컵 대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프로팀들이 신인 대상자들의 기량을 확인하도록 오전에 대학팀 경기를 하고, 오후에 본 경기를 하면 된다. 대학농구연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L도 이번 드래프트를 마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현식 KBL 홍보팀장은 "사전 트라이아웃과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다 보니 생긴 일인데 조만간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재훈 기자 (b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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