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3년 동결, 정부지원 반토막..지방대 "투자금 바닥"

김제림,문광민 2020. 11.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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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18% 오른 10년동안
대학등록금 사실상 제자리
실험비 깎고 도서비 줄여
경쟁력은커녕 겨우 버티기
"국립대 무상등록금 지원하고
사립대엔 자율화 권한 줘야"

◆ 지방대가 떨고있다 /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대 (下) ◆

지난달 지역 거점 국립대 입학처장들과 대성학원, 이투스 등 4대 입시학원 연구소장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K국립대 입학처장이 자기 학교 올해 입시 커트라인이 서울 내 숭실대나 국민대와 비슷한지 물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K대 입학처장은 자기 대학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지금 지방 국립대는 서울 상위권대와 겨루던 30년 전과 완전히 위치가 다른데 학교 교수들은 물론 입학처장조차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연구와 강연 등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힘든 데는 13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는 지방 인재의 산실이자 사회 각층 지도층을 배출했지만 현재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입시 경쟁률이나 취업률은 별문제가 없지만 수능 후 정시 시즌만 되면 '인서울' 대학에 밀리고 합격 후에는 등록 포기가 속출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남대와 충북대는 모집인원보다 등록 포기자가 더 많았다. 전남대는 4219명 모집에 4550명이, 충북대는 2742명 모집에 3887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국립'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대학이 살아야 지역도 사는 만큼 등록금 무상 등 전폭적 지원을 통해 지방 거점 국립대부터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는 과감하게 지원하되 수도권 사립대는 등록금을 자율화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년간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면서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 간 등록금 격차 체감폭은 작아졌고 사립대 역시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에 제대로 된 투자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호환 부산대 교수는 "대학이 창업과 혁신을 촉진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방대 엑소더스를 멈추는 일은 시급하다"며 "수도권 사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국가 장학금은 지방 국립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체 고등교육 예산 중 국·공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은 2000년 61.1%에서 2017년 30%로 감소했는데 이를 대폭 늘려야 지방 거점 국립대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도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총장협의회에서 논의했는데 기초학문과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등록금을 무상 교육으로 하고 의대 등 특수목적대학 등록금은 그대로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 사립대에서도 등록금 자율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누적 물가 상승률은 18.7%인데 대학등록금은 8% 올랐다. 등록금 고지서는 10년 전과 같은데 등록금 액수가 많은 이공계나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8% 상승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2024년에는 수도권 대학도 등록금 수입이 1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홍규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학은 정부 지원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등록금 자율화를 원하는 분위기고 총장 임기는 4년인데 4년 내 뭔가 하려고 하면 쓸 재원이 없다"며 "대학들이 적립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지만 결정적 순간에 실질적인 투자를 하려면 적립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게 대학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등록금 동결로 결국 학생들이 점점 더 '값싼 교육'을 받게 되고 대학들은 어디서 어느 비용을 빼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그대로인 등록금에 장학금은 줘야 하니 실험실습비나 도서구입비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지원을 등록금 동결에 따른 반대급부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근본 투자로 접근해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대학교에 대한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교육보다 낮다. 주요 선진국에서 초등·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 공교육비가 2배가량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제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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