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 금융 CEO "요즘이라면 난 취직도 못해"

김제림 2020. 11.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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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CEO 출신대학
부산·경북·전남대가 상위권
최근엔 신입 입사조차 힘들어
갈수록 채용시장서 소외감

◆ 지방대가 떨고있다 ◆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676명의 출신 대학을 조사한 결과 부산대가 18명, 경북대가 13명으로 상위 10개 대학에 들었다. 전남대도 10명으로 중앙대와 함께 11위에 올랐다. 1980년대 초 전남대를 졸업한 한 금융회사 대표는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는 서울 소재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어렵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단지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학생이 많다 보니 실력으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그룹에서 몇백 명을 뽑아도 신입사원 중 우리 대학 출신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예전 지방 국립대 위상은 지금 20대가 생각하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1986년 대입에서 한 입시업체가 작성한 '학력고사 점수별 지원 가능 대학·학과'를 보면 부산대 이공계열 인기 학과인 전자·전산학과는 서울대 간호·의류대나 고려대 화학과 등과 점수대가 비슷했다. 하지만 이젠 지방 거점 국립대 인기 학과도 서울 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다.

지난 40년간 진행된 수도권 집중화가 지역 우수 인재까지 서울로 모두 흡수한 탓이다. 특히 지방에는 지역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수도권에서 취업하려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게 공식이 됐다.

대학 졸업자들을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지방 거점 국립대가 취업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오래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그룹 차원에서 지역 단위로 인력을 뽑을 때를 제외하고는 지방 국립대가 바로 들어오는 일은 드물다"며 "이게 1~2년 된 얘기가 아니라 10년 전부터 고착화됐고 학생들의 대학입학 성적이나 취업준비 여건 등에서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니 취업시장에서도 결과가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대학명'을 가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학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지방 국립대 출신의 취업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금융기업 인사담당자는 "지금 대부분 금융회사와 금융공기업이 블라인드 전형을 진행하기 때문에 출신 대학에 따라 유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대학입시 성적에서부터 서울·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취업 학원 접근성 등을 뒤엎고 과거처럼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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