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에 '일본통' 강창일..꽁꽁 언 한일관계 훈풍 부나

임성현,안정훈 2020. 11.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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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 지낸 중진 정치인 출신
도쿄대서 석박사 학위 취득
한일의원연맹 회장 경력도
靑 "미래지향적 소통 기대"
日언론 "文, 관계개선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주일대사에 강창일 전 국회의원(68)을 내정했다. '일본통' 정치인 출신을 대일관계 전면에 내세우면서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주일본대사관 특명전권대사에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을 내정했다"며 "당사국 대사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회장 등을 역임한 여권 내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이다. 일본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관계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려는 청와대로서는 단기간 승부를 보기 위해 한일관계에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일본 정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량급 정치인을 통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돌파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강 대변인은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관계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인사는 강 내정자가 지난 총선 때 불출마한 데 따른 '보은 인사'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내정자는 지난 1월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일본을 찾았을 때 "한일관계가 잘 풀리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시기도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불법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배상 문제는 그다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강 내정자는 지난해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금액을 지급하자는 이른바 '문희상안'을 설계할 때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일관계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이에 맞선 한국의 대일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유예 등으로 최악의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다음달 이후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이 현실화하면 일본 정부는 강경한 보복 조치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 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강 내정자가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로서는 강경했던 아베 신조 내각에 이어 이번에 스가 내각 출범으로 관계 개선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 방침은 변함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특히 일본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며 콕 집어 환영 뜻을 전하면서 관계 개선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새로운 내각 출범에 따라 한일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며 "정통 외교관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주요 매체들은 강 전 의원이 새 주일대사로 내정된 사실을 속보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전문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을 새 주일대사로 발탁한 점을 부각시키며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청와대 관계자 발언 등을 소개하며 '일본통'으로 알려진 강 전 의원 내정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공영 방송 NHK는 문 대통령이 강 전 의원을 새 주일대사로 내정한 것은 징용 소송 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환경 만들기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일 관계가 2년 이상 해결되지 않은 징용 소송 문제로 경색된 상황이라며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에 맞춘 강 전 의원의 주일대사 기용이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한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는…

△1952년 제주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 일본 도쿄대 석·박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제주4·3연구소 소장 △4선 국회의원(17~20대)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회장, 명예회장(현재)

[임성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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