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told] 설기현의 미소에서 준플레이오프 흐름을 읽다

[포포투=이종현(신문로)]

설기현 경남FC 감독의 얼굴은 미디어데이 내내 밝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짓는 웃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에 답변하는 내내 웃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0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경남 설기현 감독, 백성동과 대전의 조민국 감독 대행, 이웅희가 클럽하우스에서 화상 연결로 미디어데이에 참여했다.

두 팀의 맞대결은 낯설지 않다. 불과 2일 전 창원축구센터에서 K리그2 최종전을 치른 팀이다. 경남이 전반 1분 터진 도동현의 득점을 지켜 대전을 꺾었다. 6위였던 경남(승점 39·40득점)은 최종전 결과로 3위까지 뛰어올랐다. 대전(승점 39·36득점)은 승점을 얻지 못했지만 같은 시간 서울이랜드(승점 39·33득점)와 전남드랜곤즈(승점 38)가 1-1로 비긴 덕을 봤다. 대전이 다득점을 통해 4위를 차지했다.

설기현 감독은 시즌 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부침이 많았다. 프로 감독 첫 시즌이라는 시간적 한계도 있었지만, 과도하게 실험적인 전술을 펼친다는 비판도 있었다. 개막 이후 12경기에서 단 2승뿐이었다. 그랬던 경남이 13라운드부터 4연승을 거뒀고 막판 5경기에서 3경기를 잡아 3위로 올랐으니 설기현 감독이 느끼는 감동을 컸을 거다.

두 번째, 준플레이오프 상대가 대전이라는 것이 경남을 안도하게 한 요소 중 하나였을 거다. 올 시즌 경남은 대전을 상대로 2승 1무로 늘 강했다. 설기현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대전의 공격수 안드레는 경고 누적으로 다가올 경남전에 결장한다. 준플레이오프를 홈에서 치르는 이점도 있다. 순위가 앞선 경남은 비기기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모여 설기현 감독이 여유를 갖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안드레가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긴장은 없다.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되고 긴장되지 않나 싶다.(웃음)” “대전전은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좋았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대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잘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내일모레(25일) 경기도 우리 홈에서 경기하는 만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은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를 이겨내야 한다. 대전은 시즌 전부터 하나은행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아 승격 1순위로 주목받았던 팀이다. 그러나 시즌 중반 황선홍 감독의 사임으로 내외부적으로 흔들렸다. 초호화 군단이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한 인상이 짙다. 청주대를 이끌던 조민국 감독대행 부임에도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대전은 우여곡절 끝에 4위로 마쳤다.

조민국 감독 대행은 일주일에 세 경기 치르는 빡빡한 일정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봤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일모레 경기는 (경남을 이기지 못했다는) 징크스를 떠나서 컨디션만 회복되면 좋은 경기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앞선 경기를 치르면서 경남의 장단점을 잘 파악했다. 선제골만 넣으면 경남을 괴롭히면서 경기를 이끌 수 있다. 득점을 언제 넣는지가 중요하다.”

냉정하게 상황은 경남에 유리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설기현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남긴 진한 미소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경기 이후에도 설기현 감독의 밝은 표정이 이어질 수 있을까. 두 팀의 준플레이오프는 25일 오후 3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다.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