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는 사진찍기 [정동길 옆 사진관]
[경향신문]

4년 동안의 사진기자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사진기자는 계절을 앞서간다’는 말이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봄꽃을 찾아나서고, ‘아직 늦여름 아닌가’하는 의심에도 단풍을 렌즈에 담아왔다. 노랗게 핀 봄꽃, 한여름 푸르른 녹음, 가을 억새나 단풍 같은 풍경을 통해 독자들에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전달함과 동시에 ‘이곳에 가면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한 번 가보세요’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의 풍경을 담는게 조심스러웠다. 몹쓸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가 거리두기를 하는 와중에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년과 같은 풍경을 찍은 사진기사 댓글에는 거리두기를 무시한 기사라는 비판도 많았다. 그럼에도 셔터를 눌렀던 건 독자들에게 매일 바이러스가 덮어버린 사진들을 벗어나 계절의 아름다움이 담긴 사진 한 장으로 조금의 위로라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오늘(23일) 갔던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억새밭 역시 예년 같으면 가을에 꼭 한 번 사진 취재를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 9월 26일부터 11월8일까지 44일간 출입이 제한되었다.

“거봐 와보길 잘했지.”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억새밭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이었지만, 억새는 시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듯 마지막 남아있는 가을을 보여주는 듯 했다. 가을 끝자락 억새는 조금 일찍 갔던 예년과는 달리 키도 부쩍 많이 커있고 보다 풍성했다. ‘앞서가는 계절’ 대신 ‘마지막 남은 가을’을 렌즈에 담았다.

공원관계자에게 확산세로 인해 다시 폐쇄 되지는 않을 지 묻자,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확산 추세에 있는 만큼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년 봄에는 고약한 바이러스가 물러가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봄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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