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가 주는 라면으로 버텨요".. 벼랑 끝 현지 여행가이드

최지웅 2020. 11. 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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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30년 넘게 여행가이드를 하던 최모(54)씨는 지난 3월부터 실직자 신세가 됐다.

최씨는 "현지 가이드가 한국 대형 여행사의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정직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원·하청 구조 때문에 현지 가이드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도 찾지 못한 채 타국에 발만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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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승객이 없어 텅 비어있는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태국에서 30년 넘게 여행가이드를 하던 최모(54)씨는 지난 3월부터 실직자 신세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아예 끊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23일 “동업하던 랜드사(현지 여행사) 중 95% 정도가 사업을 접었다”며 “외환위기 때 한국 여행사가 수없이 파산해도 꿋꿋이 버텼는데, 손님이 아예 사라진 지금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자녀들이 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데다 한국을 떠난 지도 오래돼 귀국을 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씨 가족이 그나마 기댈 곳은 2주에 한 번씩 쌀과 라면을 지원해주는 한인회 뿐이다. 그는 “태국에 사는 한국인 대부분이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고,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보니 관광객이 끊기면 폐업도 바이러스처럼 줄줄이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씨처럼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행가이드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유명 여행사조차 심각한 경영난에 고전하면서 현지 하청회사 격인 랜드사 소속 프리랜서 가이드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김모(39)씨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에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가이드였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여행업 자체가 붕괴됐다. 생업을 잃은 그는 결국 중고차를 구입해 현지 차량공유 서비스인 ‘그랩’ 운전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현지에서 동업했던 한국인 가이드 대부분은 한국으로 돌아가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힘겹게 생활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여행업에만 종사했던 가이드가 현지를 떠나면 그 순간 ‘무경력자’가 돼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의 아시아 주요국 출국 건수는 지난 9월말 기준으로 누적 405만2377건으로 집계됐다. 이미 3분기가 지난 수치인데도 지난해 말 누적 출국건수(2871만4247건)의 15%에도 못 미친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현지 가이드를 보호해줄 안전망은 사실상 없다. 현지 랜드사들은 한국의 대형 여행사에게 의존하는 하청 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지 가이드가 한국 대형 여행사의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정직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원·하청 구조 때문에 현지 가이드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도 찾지 못한 채 타국에 발만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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