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코로나 블루' 주의보
고등학생 스트레스 가장 커..식습관 등 불규칙 건강도 악영향
[경향신문]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A군(10)은 최근 해외에서 귀국한 이모에게 “당분간 우리 집에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불안해서다. A군은 개인위생에도 열심이다. 손 소독제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손을 소독한다. 요즘 부쩍 ‘심심하다’는 말도 많이 한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마음 편히 뛰어놀 수도 없다.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돌아오는 것이 그가 가끔 할 수 있는 바람쐬기의 전부이다.
코로나 블루(우울감)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동 10명 중 7명은 감염병 유행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 아동의날(11월20일) 주간을 맞아 개최한 토론회에서 “아동 800여명을 설문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아동·청소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최근 1년간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41.8%, 28.1%였다. 건축물 붕괴나 화재, 가스 폭발 등 다른 사회적 재난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한 아동이 10%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더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편이다’와 ‘매우 그렇다’가 각각 34.5%와 8.7%로 10명 중 4명 이상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 32.4%의 응답자는 “코로나19 이후 더 우울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초·중·고 중 고등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며 “입시 압박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등 상황이 입시에 지장을 줄까 우려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라면 같은 정크푸드를 더 많이 먹게 됐다는 아동은 전체의 58.5%에 달했다. 스스로 건강이 나빠졌음을 느낀다는 응답도 52.8%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영찬군(17)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생체리듬이 깨져 정상 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다”며 “새벽 2~3시까지 스마트폰을 만지다 오전 8시30분에 일어나 출석체크만 한 뒤, 다시 자다가 오후에야 밀린 온라인 강의를 듣는 식”이라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체벌을 받았다는 응답도 다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 체벌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는 응답이 719명(89.7%)이었지만 이후에는 670명(83.5%)만 그렇다고 답했다. 아동이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부모의 양육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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