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대에 정점?..기관 투자자 가세한 비트코인, 어디까지 오를까

이현승 기자 2020. 11.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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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큰손들 사이 최대 화두 ‘비트코인’
장중 2000만원 넘어 3년 전 ‘버블기’ 수준 근접
연기금 등 큰손도 투자…제도권 금융사도 호의적
인플레이션·밀레니얼 세대가 비트코인 상승 주도
희의론도 "기관들 얼마나 오래 투자할 지 의문"

'비트코인 가격은 내년 말 31만8000달러(3억5000만원)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을 것.'

지난 14일(현지 시각)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보고서가 트위터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포브스가 씨티그룹에서 '유출됐다'고 소개한 이 보고서는 외환 부문 총괄 톰 피츠패트릭(Tom Fitzpatrick)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21st Century Gold)'이라고 칭하며 과거 세차례 반복됐던 가격 급등락 흐름을 분석한 결과 작년 초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 상승기가 내년 말 정점을 찍은 뒤 내후년 말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비트코인이 1만8000~1만9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17배가 올라야 가능한 만큼 비트코인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씨티그룹 측에서도 이 보고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미 오름세였던 비트코인 가격을 3년 전 버블기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18일 장중 한때 1만8000달러를 넘어서 2017년에 기록한 1만9000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발행장수에 가격을 곱한 시가총액은 3274억달러(364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아무런 재료도 없이 일부 투기꾼들의 작업으로 가격이 급변 했던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과 자산가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고 대기업과 제도권 금융기관이 강세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비트코인 가격이 3년 전 버블기 수준으로 급등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계기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고 JP모건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페이팔의 암호화폐 거래 허용 ▲포모족(FOMO·Fear Of Missing Out·주위로부터의 고립, 뒤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편승을 꼽았다.

운용자산 3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인 아비가엘 존슨이 비트코인 거래를 뒷받침 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통화로서 금과 견줄 만 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의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 덕분에 비트코인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거래 측면에서 견고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 금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부유층과 연기금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기관 전문 비트코인 펀드는 전체 운용금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 Fundstrat Global Advisors)의 데이비드 그리더는 비트코인 전망치를 1만65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시장이 커졌고 구조화 됐다"고 평가했다.

큰손들과 제도권 금융기관은 공통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밀레니얼 세대'가 비트코인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국 행정부와 중앙은행이 달러 공급을 늘리면서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대체 통화로서 비트코인이 주목 받게 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금보다 거래가 쉬운 반면 공급량은 적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성세대보다 비트코인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 강세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 대기업 페이팔이 내년부터 전세계 가맹점에서 가상화폐 결제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트코인에 의문스러운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 외환 중개회사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이상 과열은 주로 모멘텀 매니아(근거 없이 상승 흐름이 계속될 거라는 데 베팅하는 사람들)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계속 비트코인에 투자할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채권업계 거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지난 10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비트코인을 믿지 않는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은 추적이 가능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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