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서두르고, 행정부 압박하고".. 바이든 속도전에 트럼프 흔들

바이든, 24일 주요 장관 발표..정권 출범 준비 
민주당, 총무청 압박에 경기부양안 타협 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씨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버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해 행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도 강온 전략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첫 장관 명단 발표도 24일(현지시간)로 예고했다. 한껏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 반발ㆍ분열로 힘이 빠지고 있다.

론 클레인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22일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화요일(24일) 당선인의 첫 내각 임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도 19일 회견에서 추수감사절(26일) 이전에 재무장관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를 책임질 국무ㆍ국방장관 인선도 이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국방장관은 여성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이 유력하고, 태미 더크워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 같은 인선을 통해 미국인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밥상머리 인사 뉴스로 대선 승리 확정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시어터에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낸시 펠로시(왼쪽)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민주당도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명의 고참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에밀리 머피 연방총무청(GSA) 청장에게 바이든 대선 승리를 확정하지 않는 이유를 23일 브리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 개최 경고도 나왔다고 한다. 게리 피터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40명의 동료 의원도 서한을 보내 설명을 요청했다. GSA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지 않는 바람에 예산ㆍ인력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보 브리핑과 연방수사국(FBI)을 통한 인사 검증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이 GSA에 뿔이 난 이유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같은 시급한 현안 대처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당선인 자문단이 내년 초 미국 경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민주당 지도부에 코로나19 경기부양안 조기 통과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조달러(2,226조원), 공화당은 5,000억달러(556조원)로 금액 차이가 커 합의하지 못했는데 민주당이 액수를 줄여서라도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23일 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주(州) 대선 개표 결과 인증도 중요하다. 여기서 큰 문제 없이 승리가 확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할 명분이 줄어드는 만큼 그 이후를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버지니아주 스털링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서 골프 카트를 몰고 있다. 스털링=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이틀 연속 골프를 했다. 그러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불복 소송을 끝내야 한다며 “솔직히 말해 대통령 법률팀의 행동은 국가적으로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제 정권 이양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캠프 측은 개표시스템 부정 의혹을 제기해 왔던 시드니 파월 법률고문을 배제했다. 엇갈린 메시지가 연달아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측의 혼란상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