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구박에 멘붕 빠진 현주엽, '꼰대' 가고 '웃음' 찾았다

이준목 입력 2020. 11. 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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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현주엽,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 시도해야

[이준목 기자]

스포츠 스타 출신 현주엽은 최근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프로농구 창원 LG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정 패널과 MC자리를 꿰차는가 하면 유튜브 크레에이터에도 도전하고 있다. 서장훈-안정환-허재 등의 뒤를 잇는 스포테이너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예능인' 현주엽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먹방'과 '꼰대' 캐릭터로 요약된다. 현주엽은 수많은 방송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식사량과 못 말리는 고기사랑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반면 본업인 농구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때나 상하관계에 있어서는 다소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적인 언행으로 꼰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주엽의 방송 이미지를 완성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의 예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아래 당나귀귀)다. 현주엽은 지난 6월부터 <당나귀귀>에 재출연하여 고정멤버로서 프로그램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주엽은 최근 농구선수 출신 배우인 박광재, 정호영 셰프 등과 한 팀을 이뤄서 유튜브 방송 제작에 도전하는 콘셉트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요 분량은 역시 특유의 먹방이다.

먹방에만 의존, 캐릭터의 한계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관련 이미지.
ⓒ KBS
 
문제는 현주엽의 캐릭터가 여전히 너무 먹방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휴게소에서 단 3명의 멤버만으로 햄버거 세트 6개, 라면-핫바-소시지 등 약 10만 원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여 눈깜짝할 사이에 해치우는가 하면, 여주에서 평창까지 현지 명물 음식 등으로 먹방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이미 <당나귀 귀>만이 아니라 <위대한 배태랑>, <미운 우리새끼> 등에서 반복적으로 먹는 모습만 보여주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식상해진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반복해서 불거지는 태도 문제도 아쉽다. 현주엽은 <당나귀 귀> 복귀 이후 유튜브 제작을 체험하는 에피소드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연출자나 크리에이터에게 무례한 언행을 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대의 말을 끊거나 무시하고, 수시로 정색하는 모습을 보여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농구 감독 시절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지휘하던 모습과도 겹치면서 현주엽의 '꼰대' 캐릭터가 방송이 아닌 실제 모습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부추겼다. 이후 현주엽은 방송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뒤집힌 상하관계, 기대이상의 케미 선사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관련 이미지.
ⓒ KBS2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관련 이미지.
ⓒ KBS2
 
그런데 지난 22일 방송에서는 동생인 박광재와 정호영이 은근히 현주엽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광재는 현주엽에게 야자타임을 제안했고, 정호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주엽에게 반말을 시도하여 웃음을 안겼다.

특히 '후원자' 콘셉트로 특별출연했던 허재와의 캠핑 에피소드에서는 180도 뒤집힌 출연자들의 상하관계와 기묘한 먹이사슬이 기대 이상의 케미를 발산했다. 어지간한 시어머니를 능가하는 허재의 계속되는 구박과 잔소리에 시달리면서 점점 멘붕에 빠져가는 현주엽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됐다. 

누가 봐도 강해보이는 캐릭터가 스스로를 낮추거나 망가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친근함이 있다. 예능 베테랑인 이경규나 김구라, 강호동 등은 이른바 호통을 치는 '공격형' 캐릭터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반대로 상대의 역공에 수시로 당하는 수비형 역할에도 익숙하다.

현주엽과 같은 스포츠 스타 출신 방송인들도 예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존심과 카리스마를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서장훈은 <물어보살>과 <아는 형님> 등에서 '여장'까지 했고, 건물주 이미지와 이혼남 캐릭터로 짓궂은 농담의 소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누구보다 강인한 이미지의 격투기 선수 출신 김동현은 정작 예능에서는 큰소리만 앞세우다가 번번이 당하는 '약골과 허당'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낸다.

현주엽의 가장 큰 한계는 먹방을 하지 않거나 출연자와의 사이가 어색할 경우 뭘 해도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데 있다. 현주엽이 방송인으로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먹방과 꼰대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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