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권 의지'] 대권후보 정세균에 부족한 3가지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2020. 11.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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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확실한 지역·세대·이념 지지층 없어
이낙연·이재명 투톱 체제 흔들리면 가능성도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의 국정 2인자다. 선출직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단번에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규하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에 따라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무총리 출신 중에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은 없다. 그렇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이회창 전 총리는 대통령선거 본선에 3번이나 진출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고건 전 총리는 2006년 대선 정국에서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됐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고,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까지 했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정을 보좌하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만 않았을 뿐 대통령이 하는 거의 모든 국정을 경험하는 자리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무총리가 주목받은 이유는 국정 경험에서 비롯된 안정감이다.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돼 있다.

그렇다면 현직 정세균 국무총리에게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정 총리는 '스펙의 제왕'이다. 다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장을 역임했고 당 대표까지 거쳤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했다. 보통사람들이 한 번 맡기도 힘든 요직 중 요직을 모두 경험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월16일 인천국제공항 행사장에서 열린 국외 독립유공자 조종희·나성돈 지사의 '유해 봉영식'을 마치고 봉송 행렬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당 대표·장관·총리 두루 거친 '스펙의 제왕'

지역구인 종로구를 내놓고 총리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정세균 국무총리다. 고향이 전북이기 때문에 '호남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은 차기 대권 후보로서 경쟁력이 미미하지만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 신세가 되고 말까. 대선후보는 무릇 지역·세대·이념 기반이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 정세균이 아닌 '대선후보' 정세균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정 총리가 대권 후보로서 첫 번째로 가져야 할 기반은 '지역'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주는 다른 어떤 주보다 상징적으로 더 중요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70명의 '매직 넘버' 이상을 확보하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향에서 이기는 것은 상징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미국 대선을 2000년 선거와 많이 비교한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의 부시(아들) 후보와 초접전을 벌였다. 플로리다주 개표를 놓고 법적으로 맞서기까지 했다.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확보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어 후보의 고향인 테네시주에서 승리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어 후보는 고향에서 패배하면서 왕좌를 코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호남 출신인 정 총리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대선후보로 우뚝 설 수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11월7~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지역적으로 분석하면 호남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5.6%로 절반을 넘는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호남 대망론'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남 지지율이 20%다. 정 총리는 호남 출신이지만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서울 종로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었지만 서울 지지율은 고작 2%에 불과하다(①). 대선 출마 선언과 의지를 분명히 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미 호남 지지층은 이 대표가 견인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한발 앞서 지역 기반을 가져간 상태라 정 총리의 지역 기반이 유명무실하다.

정 총리의 두 번째 기반은 '세대'에 달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40대다. 이들은 18년 전인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던 지지층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란과 남북관계 경색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도 요지부동으로 지지하고 있는 핵심 지지층이다.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는 주로 20대부터 40대까지의 세대 기반을 확보했다. 보수정당 후보들은 반대로 50대부터 60대 이상의 지원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엔 20대 표심이 묘해졌다. 어느 한쪽으로 잘 기울어지지 않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대부터 50대까지가 민주당의 세대 기반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세대 기반을 살펴봤다. 30대는 여권 내에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거의 비슷했다. 40대에서는 이 지사가 우세했다. 그런데 정 총리는 30대부터 50대까지 어떤 세대에서도 5% 미만의 지지율이다(②). 세대 기반이 없다는 점은 특정 세대의 지지를 확보할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정 총리가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아왔지만 정작 대중에게 호소할 만한 이슈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지지율을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관건

대권 후보로 대중 지지를 이끌어낼 세 번째 기반은 '이념'이다. 선거에서 진영 간 대결구도가 두드러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이념 기반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이념 기반은 '친문'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대통령 지지층, 진보층의 지지율이 핵심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정 총리 지지율은 1.9%에 그친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는 이낙연 대표(47.4%)다.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 총리의 대통령 지지층과 진보층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한다(③). 여권 대선후보 구도 내에서 정 총리의 이념 기반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1년 이상 남아 있는 대선 구도에 어떤 돌발 변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선점 효과'는 무시하지 못한다. 정 총리가 노려야 할 대부분의 기반은 이미 이낙연 대표가 가져가버린 셈이다. 40대 기반은 이재명 지사가 한발 앞서 있다. 현재의 투톱 체제가 급격히 흔들리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정 총리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국면이 아니라면 여권의 구도가 쉽사리 변하지 않을 양상이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는 미생물이다. 국무총리로 국정 운영에 탁월한 기여를 하고 여권 후보 구도에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기회가 생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격언이 정 총리에게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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