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네! 평범한 일상서 포착한 '작품'들..김상민 '생각 그림'전
[경향신문]
·23일부터 12월27일까지 스페이스 어반, 40여점 선보여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힘차게 물을 뿜어낸다. 깨끗하고 신선함을 상징하는 듯 ‘울트라마린 블루’ 고래다. 세차게 뻗어나온 물 줄기는 도심 빌딩들을 휘감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황사같은 도심의 때를 모조리 씻어낼 듯한 기세다. 덩달아 도시인들의 오염된 마음도 함께 깨끗해질 것만 같다. 고래가 뿜어낸 물줄기는 반짝이는 별 모양의 물보라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김상민 작가의 작품 ‘깨끗하게 씻으면 없어질까요?’다. 김 작가는 그림과 더불어 “커다란 고래가 깊은 바닷속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을 잔뜩 머금고 와서 더러워진 우리들을 깨끗하게 씻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글을 썼다.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다. 정말이지 고래가 나타나 코로나19 사태를 확 씻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을 다시 본다.
김 작가가 ‘생각 그림’이란 작품전을 스페이스 어반(서울 와우산로)에서 23일 개막한다.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다양한 재료의 그림과 드로잉 등 모두 40여 점이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작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포착한 주제·소재의 작품들은 관람객 모두의 공감을 부를 만하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다채로운 색깔의 많은 사람들이 경직된 듯 서 있어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마스크’ ‘두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작업한 ‘봄을 기억합니다’는 화면에 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내년 봄을 기약한다.
작가는 주로 어린 시절의 꿈, 순수한 동심의 세계, 또 작가이자 직장인으로서 일상에서의 갖가지 경험을 따뜻한 시선과 화사한 색감, 간결한 선과 구도로 표현해왔다. 작품 ‘이리저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심정을 해학적으로 다룬다. ‘나를 봅니다’는 옛 사진을 정리하다 만난 자신의 사진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김 작가는 “전시를 통해 지금 나의 소중한 것,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김 작가는 경향신문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기사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거나 기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작업을 20년째 하고 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생각 그림>이라는 그림·글을 선보이는 연재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교감을 나눠오고 있다. 그는 두번의 개인전과 더불어 <고인돌에서 강화도 조약까지 강화도 시간 여행> <조선 왕조의 살아 있는 유물 경복궁 이야기> <고종 황제와 함께 하는 경운궁 이야기>(이상 문학동네) 등 다양한 그림책·단행본 작업을 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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