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공동체 위축..최대 이슈는 변희수 하사

오경민 기자 2020. 11. 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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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들이 본 2020년

[경향신문]

혐오에 희생된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하는 <나로 죽을 권리> 영상 갈무리. 남기억 제작·트랜스해방전선 제공
‘이태원 클럽’ 사태 이후
아우팅에 대한 불안 커져
오프라인 공동체도 위축
직업선택권·학습권 등
다양한 권리 논의 ‘희망’

“혐오를 딛고 주체적으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들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렇게 힘들어도 하다보면 차별금지법도 제정하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트랜스해방전선 부대표인 류세아씨)

변희수 전 하사 강제전역, 학내외 위협에 시달린 숙명여대 합격생 A씨의 입학포기 등 트랜스젠더 이슈가 많았던 2020년.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은 올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을 맞아 류세아씨, 같은 단체 운영위원인 꼬꼬’(활동명),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활동가인 정숙조신(활동명),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활동가 B씨를 각각 인터뷰했다.

올해 이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과 각종 위협에 시달린 A씨 입학 포기였다. 류씨는 “성기의 외형이나 유무가 전투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업무 능력평가나 동료들 이야기만 봐도 직업 수행에 문제가 없는데 변 전 하사가 전역 판정을 받은 게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B씨는 “트랜스젠더는 다른 이들에 비해 공동체에 들어가기 어렵고, 들어가면 애착과 애정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변 전 하사가) 애착과 애정을 가진 공간에서 쫓겨나는 걸 보며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꼬꼬는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이 (A씨에게) ‘주민번호 바꾸고 오라’ ‘수술 다 하고 오라’고 하는데 그 모든 절차를 끝냈는데도 (다른 방식으로) 혐오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A씨가 노력으로 대학 합격을 이뤄낸 후에도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B씨는 “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며 노력해 왔는데 그 끝에 혐오가 있는 것 같아 실낱같은 희망이 없어진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소수자 혐오 보도가 이어지자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 아우팅(타인에 의한 성정체성 폭로)에 대한 불안이 심해졌다. 정숙조신은 “아우팅이 이뤄지고 성소수자 전체에 대해 여론이 안 좋아져 공포가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류씨는 “모든 곳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원천적인 불안이 있었다”며 “이름이나 주민번호 등과 패싱(다른 사람이 외관 등으로 성별을 인지하는 것)되는 성별이 차이가 있는 경우에 더욱더 낙인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트랜스젠더 공동체도 위축됐다. 정숙조신은 “트랜스젠더는 자기 처지를 드러내고 만나는 폭이 특히 좁은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여기(여행자)가 유일하다는 분들도 있는데 대면하지 못하니 고립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B씨는 “트랜스젠더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원이 낙인찍히고, 오프라인 모임이 취소되면서 더욱 고립되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말했다. 류씨는 “당사자와 활동가들에게 아픈 해”라면서도 “올해만큼 트랜스젠더 학업권이나 직업선택권 등 다양한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 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많은 상황들로 인해 트랜스젠더들이 2020년을 ‘텅 빈 한 해’라고 하지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을 진전시키고 바꿔나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사회구성원·시민으로서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등 시민권 담론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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