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주노동자 임금 수천만원 체불한 농장주 수사

윤지원 기자 2020. 11.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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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인신매매' 판단
피해자 측 "노동부에 손배소 검토"

[경향신문]

자신의 농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의 3년8개월치 임금 수천만원을 주지 않은 농장주에 대해 검찰이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을 임금체불이 아니라 인신매매로 보고 조사 중이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는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A씨와 경기 이천 농장주 B씨 간 형사조정(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화해하도록 조정하는 제도)이 B씨의 합의금 미지급으로 이달 초 불성립되자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피해자를 불러 B씨의 특수협박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먼저 조사했다. B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서 A씨를 속여 3년8개월치 임금(최저임금으로 산정 시 6200여만원)을 주지 않은 사기 혐의를 받았다. A씨가 임금체불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A씨 숙소 문을 부수고 근무시간과 임금을 적어놓은 A씨 공책을 불태운 특수협박 혐의도 받는다.

최근 인권위는 직권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을 단순 임금 체불이 아닌 인신매매로 간주했다.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유엔 팔레르모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착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을 속이거나 강제적 수단을 사용한 것을 말한다. 최근 형사조정 과정에서 B씨의 경제력은 합의금 1000만원도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로 드러났다. B씨는 오랜 기간 A씨에게 이미 경매에 넘어간 농장을 팔아 임금을 마련하겠다고 피해자를 속여 노동을 착취했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관련 조사에 필요한 질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권위와 검찰 조사에서 B씨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구체적 관리·감독 과실이 드러나면 노동부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B씨는 A씨의 임금체불 피해가 발생하기 전 또 다른 이주노동자의 5개월치 임금을 체불한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B씨가 노동부가 지정한 이주노동자 고용 가능 업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A씨에 대한 2차 임금체불 피해가 발생했다. B씨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금체불 보증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노동부가 B씨의 보험 가입 및 보험 갱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형사사건 처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노동부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가배상 소송 펀딩을 통해 모금한 돈으로 A씨를 먼저 본국에 돌려보내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한국에서 재취업에 필요한 체류 비자를 발급 받았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 임금 신고액은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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