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권 교체기에..'한·미 밀착' 견제 나선 중국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0. 11.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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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25일 한국 방문..문 대통령 예방 가능성 높아
바이든 정부 대비 중국 입장 전할 듯..시진핑 방한 논의 주목

[경향신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사진)이 24~27일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흔치 않은 외교행보를 예고했다. 왕 부장은 24~25일 일본을 방문한 뒤 25일 서울에 도착해 27일까지 머문다. 왕 부장의 서울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왕 부장의 이번 한·일 방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과 안보·경제 등 모든 이슈를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예정인 권력 교체기에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이번 한·일 순방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강경정책을 유지하겠지만 중국과 일대일로 직접 상대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책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한·일을 상대로 협력 증진을 모색하고 미국의 신정부와 한·일의 과도한 밀착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역시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점이다. 한국 외교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정권 교체기를 맞고 있고, 대화가 끊긴 상태인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막아야 할 시기다. 강제징용 문제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으로 경색된 한·일관계 역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외교적 환경이 펼쳐지려는 변곡점에 왕 부장의 방한이 이뤄지는 셈이다.

왕 부장은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대응 협력 및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왕 부장의 방한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겨냥해 중국이 한국에 전달할 메시지 내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한국에 중국 편에 설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갈등에서 한국이 과도하게 미국과 밀착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특히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보다 자세하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이 북한 문제에 어떤 언급을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중국 역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권력 교체기에 북한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가 논의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의 국내 사정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시 주석이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미 방한을 예고한 만큼 시기와 조건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시 주석이 방한할 경우 일정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 주석 방한 때 양국 간 현안은 물론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무엇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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