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류성룡 [모종화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왜군이 부산포에 나타나 임진왜란이 발발한 것이 1592년 4월13일. 그날 부산포가 함락됐고, 20여일 만에 한양까지 왜군에 넘어가고 만다. 1592년이면 조선 건국 200년이 되는 해로 오랜 기간 큰 전쟁 없이 태평성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어이없이 무너진 셈이다. 하지만 신립과의 일화만으로도 무사안일했던 당시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 ‘과거에 왜군은 짧은 무기들만 가지고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조총도 가지고 있어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닌 것 같소.’ 당시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껴 당대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받던 신립을 찾아 대책을 물었지만, ‘아, 그 조총이란 것이 쏠 때마다 맞는답디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내 말은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징비록>은 <난중일기>와 함께 우리 역사에서 드물게 보존돼 온 종군기록으로, 국보 제132호로 지정돼 있다.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발발 시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었으며, 충무공 이순신을 등용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징비(懲毖)는 ‘지나간 일을 뉘우치고 훗날을 위해 경계하며 삼간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 저자는 전쟁이 임박했던 시기부터 7년 전란 중에 보고 듣고 행했던 모든 일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부터 조정 내 분란, 백성들이 겪은 참상, 관료들의 무능함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같은 전란의 기록이지만 <난중일기>에 비해 <징비록>은 대중적으로 친근한 책은 아니다. 승전 기록이 주 내용인 전자에 비해 패자의 참상과 치부를 너무 사실적으로 드러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기록 또한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징비록 300년 후 일제강점이라는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았는가.
모종화 |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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