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교수 "이화여대, 세계 여자대학의 롤모델로 거듭날 것"

박진용 기자 2020. 11. 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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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학·경영학 박사 출신 이색 경력
"5개 융복합대학원 설립, 이대 간판 대학원으로 키울 것"
'대학원대학교', 男 학생 선발·세계적 융복합 교육·연구 수행
[서울경제] 조기숙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으로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동시에 마친 이색 경력을 보유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서울특별시 교육청 문화예술교육 자문위원, 이화여자대학교 문화예술 도시재생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는 조 교수는 예술계 출신으로는 드물게 이화여대 총장 자리에 도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조 교수는 이화여대를 스탠포드대와 같이 솔루션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한국에도 스탠포드 대학처럼 국가는 물론 전 지구적 과제에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이 탄생할 수 있을까.

◇현재 대학 경영 측면에서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먼저 재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교육·연구·장학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비상 상황이다. 매년 최소 1,000억 원이 확충돼야 하는 실정이다. 재정수입 확충은 결국 등록금 및 수강료, 전입금 및 기부금, 교육부대사업, 정부재정 지원사업 등 네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화 재정 확충 10대 방안’을 수립했다.

◇이른바 서울 상위권 대학들도 재정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화 재정 확충 10대 방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10대 재정 방안은 △등록금 및 수강료 △전입금 및 기부금 △교육 부대 사업 △정부 재정지원사업 △이화 혁신생태계 등 5개 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등록금 및 수강료 차원에서는 이화여대를 대표할 5개 융복합 전문대학원을 육성하고자 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화 비전 추진단을 설치해 정부·공공 협력팀을 별도 운영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민간·공공·글로벌 부문과 협력하여 혁신활동을 전개하는 “이화 혁신생태계” 조성도 하루빨리 착수할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미 여러 전문대학원을 두고 있다. 5개의 신설 전문대학원은 어떻게 다른 모습일까?

이대에는 이미 5개의 전문대학원이 있지만 여전히 사회와 정부, 산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지만 현재 학계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영역이 적지 않다. 국내 내로라하는 경제·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주요 대학의 트렌드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5개 분야를 정했다.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교육기술 융복합 △아트엔터테인먼트기술 융복합 △사회혁신 융복합 △여성라이프스타일 융복합 등에서 이화여대를 대표할 전문대학원을 키울 것이다.

◇대다수 대학에서는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화여대는 상대적으로 이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현재 1,000억원 수준의 정부 재정 지원사업 규모를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화 비전 추진단 내에 정부·공공 협력팀을 운영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사업 기획 및 변화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사업 신청, 실행, 성과관리 전반에 이르는 전문팀 운영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대학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산학협력이다. 국내 대학들이 대체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특히 여자대학은 이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선진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스탠포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이미 산학협력의 범주를 넘어서 대학을 중심으로 국가와 도시, 기업과 산업이 함께 어울리는 생태계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실 스탠포드대학과 이화여대는 설립연도 차이가 1년 밖에 되지 않는다. 와해적 혁신 모델을 추구했던 스탠퍼드대학(1885년)이 기존 질서에 안주(status quo)하지 않는,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대학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듯이 한국에서 여성 교육의 첫 발을 뗀 이화여대 역시 ‘세계여자대학의 롤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구체적으로 이화 비전 추진단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민간·공공·글로벌 부문의 협력을 구체화해 단순 산학협력 수준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을 이뤄내는 단계로 발전시킬 것이다. 아울러 국가와 인류사회, 지구의 문제에 응답하며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Creating Solutions Together!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이 캠페인은 이화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외부의 기업과 기관, 국가들을 초대해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게 핵심으로, 궁극적으로 대규모 재정 조달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이른바 ‘대학의 위기’가 일상화됐다. 이화여대 역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현재 대학은 존립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고용 능력과 지적 역량을 갖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교육 모델은 대학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5년간 300개에 가까운 사립대학이 문을 닫았을 정도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대학이 ‘유의미성(significant relevance)을 갖추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냉정한 현실을 숙고한 끝에 만든 키워드가 바로 “The Solution University(여성과 가족, 국가와 인류사회 그리고 지구의 문제에 응답하고 유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담대한 대학)”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약속이 있다면

실행에 대한 책임, 즉 거버넌스의 변화를 설명하고 싶다. 대학 거버넌스의 핵심은 3대 주체인 교수와 직원, 학생이 대학운영과 의사결정에 어떻게 참여할지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구조화하는 데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교수 평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이나 학생회 등과 별도로 ‘직원 평의회’와 ‘학생 평의회’를 신설 운영할 것이다. 각 평의회는 민주성이 보장되는 대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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