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백석문학상 수상 황규관 시인, 주변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세상 성찰

서정원 2020. 11.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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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 시집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는 올해 여러 번 호명됐다. 오장환문학상과 만해문학상 최종심까지 오른 데 이어 마침내 최근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대가 그를 주목한 이유는 뭘까.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규관 시인(52·사진)은 시집에 실린 시 '바깥으로부터'를 먼저 보여줬다.

"이제는 아무도 바깥을 보지 않는다 / 고속 열차의 창문에는 언제나 / 어둑한 블라인드가 쳐져 있고 / (중략) / 바깥은 버려지고 / 안은 점점 작아져 간다."

그는 "KTX를 타고 가면서 보면 다 블라인드를 치고 있다"며 "주위 풍경은 보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만 보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목적지만을 향해 달려가며 과정을 도외시하게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황 시인은 기술 문명이 사람의 내면을 왜소화시킨다고 말한다.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해 그간 노동시를 주로 써온 그는 이번 시집에선 생태주의 쪽으로 한발짝 가까이 갔다. 노동의 시간을 생태주의적으로 바라본 얘기들이다. 이는 녹색평론 발행인 고 김종철 선생의 영향인 듯하다. 황 시인은 '김밥 모임'(김종철 선생님과 밥을 먹는 모임) 멤버였다. "식사 자리에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죠. 사람과 사물과 자연을 대할 때 어떤 태도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시 '호미'는 김종철 선생을 통해 세상에 처음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백석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황 시인 작품에 대해 "분명하고 서늘한 자연 사물의 운행 원리를 배치해가는 서정성이 보물처럼 빛난다"고 평했다. 만해문학상 심사위원단도 "우리가 무엇을 잊었고 잃었는지를 일깨운다"며 "누군가는 낡았다는 이유로 말하거나 주목하지 않는 그것을 굳이 거듭해서 말하는 마음에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은지 물었더니 김수영을 인용한 현답이 돌아왔다. "시는 한 편 한 편 새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들이 다가올지는 모르겠네요. 그보다는 제가 지금 현실과 어떻게 반응하고 싸워야 하는지가 관건이죠."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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