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어디로 가나

박소영 입력 2020. 11. 22. 16:43 수정 2020. 11. 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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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배구 명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2020~21시즌에 동반 추락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2일 대전 홈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6위(2승 7패·승점 10)로 떨어졌다. 꼴찌였던 한국전력(3승 7패·승점10)은 3연승을 달리면서 5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천안 홈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에서 0-3으로 완패, 창단 이후 처음으로 6연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8점(3승 7패)으로 7위까지 떨어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 된다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1위부터 4위까지 치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 2005년 프로배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동시에 '봄 배구'를 못하게 된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6~17시즌에 4위에 올라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7~18시즌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다시 2018~19시즌에는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신치용 전 감독 시절인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우승을 이루며 '삼성 왕조'를 이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22일 한국전력전에서 공격하고 있는 삼성화재 바르텍.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는 예전만큼 투자하지 않는다. 에이스 박철우(35)는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자 지난 4월 한국전력과 3년 총액 21억원을 받고 이적했다. 지난 2016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를 뽑기 어려워졌다.

삼성화재는 이런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센터 박상하(34)를 중심으로 레프트 포지션에 김우진(20)과 신장호(24), 정성규(22) 등 신예들을 기용해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삼성화재에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은 있지만, 투자가 부족해 예전만큼의 전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외국인 선수를 잘 못 뽑고 있다. 이번 시즌에 온 바르텍은 기복이 심해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화재가 부진한 사이 현대캐피탈은 날아올랐다. 최태웅 감독이 지난 2015년 부임한 후, 최근 5시즌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3위로 선두권에서 다소 멀어지더니,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세대 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21일 KB손해보험전에 나온 현대캐피탈 선수들. 주전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 9월 세터 이승원(27)을 내주고, 삼성화재로부터 세터 김형진(25)을 영입했다. 10월에는 군 복무중인 국가대표 출신 센터 김재휘(27)를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했고, 지난 13일에는 팀의 주장인 센터 신영석(34)과 세터 황동일(34), 군 복무중인 레프트 김지한(21)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세터 김명관(23), 레프트 이승준(20), 다음 시즌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경험이 부족하고 손발을 처음 맞춘 젊은 선수들이 대거 나오다 보니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시즌 중에 이렇게 급진적으로 세대 교체를 하는 팀을 본 적이 없다. 주장까지 내보낼 정도면 사실상 이번 시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데려온 젊은 선수들은 경험을 쌓으려면 몇 시즌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최 감독은 "기존 선수들로 우승 혹은 2~3등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미래의 우승 멤버를 구축하고 싶었다. 내 계약기간은 상관없이 지금 리빌딩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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