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퇴근 후엔 '선생님'..29년차 공무원의 이중생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충북 제천시청의 김창순(54) 자연재난팀장은 주위 사람들의 응원 속에 '이중생활'을 즐긴다.
지난 19일 시청에서 만난 김 팀장은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을 모토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사실 제가 더 배우는 것이 많다"고 겸연쩍어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르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워..야학 존재 널리 알려졌으면"
(제천=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배움에 목마른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야학을 열어야죠"
충북 제천시청의 김창순(54) 자연재난팀장은 주위 사람들의 응원 속에 '이중생활'을 즐긴다.
낮에는 시청에서 열정적으로 재난 관련 업무를 본다.
지난 8월 이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는 한 달가량의 밤샘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밤에는 돌연 '선생님'으로 변신해 분필을 잡는다.
그는 올해로 공직 입문 29년차의 베테랑 토목직 공무원이자 이 지역 유일의 야학인 정진야간학교의 교장 겸 수학교사이다.
지난 19일 시청에서 만난 김 팀장은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을 모토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사실 제가 더 배우는 것이 많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는 동료 공무원, 퇴직 교사, 일반 직장인 등 14명과 야학을 이끌고 있다.
정진야학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국사 등 중·고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과정을 무료로 운영한다.
수업은 남현동 주민자치센터 2층에서 하루 두 과목씩 평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뤄진다.
올해 등록생은 20명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11명만 중·고교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학생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으나, 지금은 40∼50대 이상의 '만학도'가 대부분이다.
정진야학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이웃에게 배움의 기쁨을 제공하기 위해 김능환씨 등 뜻있는 인사들에 의해 1986년 7월 만들어졌다.
작년까지 1천971명이 정진야학을 거쳐갔고, 이 중 838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김 팀장은 선배 공무원의 권유로 1992년 정진야학과 인연을 맺었다.
2년 정도 국어를 가르쳤지만, 시청 업무가 너무 바빠 한동안 예비교사로 이름만 올렸다.
그가 다시 야학 교단에 선 것은 2003년 5월부터이고, 과목도 수학으로 바꿨다.
2014년부터는 교장직까지 맡아 '1인2역'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에게 국어와 수학을 배운 제자는 줄잡아 1천200여명에 이른다.
김 팀장은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평생학습 정신과 가르치며 배우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정신을 바탕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제천시와 교육청이 지원하는 야학 운영비는 대부분 난방비와 교재 구입비로 쓰인다.
수학여행이나 졸업식, 검정고시 응시행 버스 임차료와 식사비 등 쓸 돈이 필요하다 보니 그는 매월 3만원을 학교 운영비로 기부하고 있다.
공직 본업에도 충실해 그동안 제천시 모범공무원상, 충북도 우수공무원상, 내무부·농림식품부장관 표창, 정부 모범공무원상(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소외계층 돕기, 시상금 기부, 장학금 기부 등 지속해서 훈훈한 소식을 전했던 그는 지난해 청백봉사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인생 공부를 하는 것도 감사한데 졸업생들이 시청이나 학교를 찾아 와 '야학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거나 대학 합격소식을 들려줄 때, 스승의 날에 감사 인사를 들었을 때 정말 고마웠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야학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흘리는 감회의 눈물은 매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학생 모집이 쉽지 않은데 제천에 야학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1명이라도 더 배움의 기회를 접했으면 좋겠다"며 "교사 모집도 마찬가지로, 배워서 남 주는 삶을 실천할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jcpark@yna.co.kr
- ☞ 말라리아·뎅기열·코로나 이어 독사에 살아남은 불굴의 英남성
- ☞ '조덕제 성추행' 피해 여배우, 언론사 손배소 일부 승소
- ☞ 투표조작으로 뒤바뀐 인생…연습생 눈물은 누가 보상하나
- ☞ '후지산이 무너진다' 78세 송재익 캐스터의 마지막 중계
- ☞ 아내 살해하고 피해자 행세…佛법원, 철면피 남편에게 징역 25년
- ☞ 내 난자 몇개 남았지…'언젠가' 낳겠다는 여성, 난자 냉동 급증
- ☞ 남친 죽기 13일 전 결혼 약속 지키고 아이도 낳았어요
- ☞ '바나나 훔쳤다' 의심에 몰매 맞고 숨져…알고 보니
- ☞ 관광 명소 '아치 절벽' 밤사이 영원히 사라졌다…왜?
- ☞ '노마스크' 트럼프 장남도 확진…그 아비에 그 아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