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대권 시나리오? "출마 가능성 거의 없다"

정용인 기자 2020. 11.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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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각계 여론·선거 전문가들 전망… “혹독 검증 견뎌내기 힘들 것”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과 이동하고 있다. / 연합

“이미 정치를 하고 있지 않나.”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그러나 박 위원을 비롯한 선거전문가들 대다수는 실제 그가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11월 17일 대검 대변인실은 총장의 오찬간담회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총장과 오찬을 한 사람들은 ‘입주민의 갑(甲)질 폭행으로 자살한 경비원 사건, 채용과정에서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사건,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사건 등을 수사한 부서의 검사’들이었다. 이날 윤 총장은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적극 대응해 을(乙)의 지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정하게 형사법을 집행하는 것이 검찰에 맡겨진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말을 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는 ‘을을 위한 행보’다.

■반문세력 통합 후보되면 승산 있다?

총선은 회고투표라면, 대선은 전망투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통상 그때까지 정권의 업적에 대한 회고, 즉 심판선거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반면 대권국면에서는 심판보다는 전망, 즉 누가 더 잘할 것 같은지에 대한 그럴듯한 상(像)을 제시하냐에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대선은? 종전의 통설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는 말로 하는 싸움이다. 말로 하는 정치인들의 싸움, 정치인들의 수사(rhetoric)를 분석하는 책 <정치수사학>을 낸 허만섭 국민대 교양대학 부교수는 “윤 총장의 말을 볼 때 법치와 공정을 키워드로 하면서도 언행불일치가 별로 없다는 게 높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본다”고 말한다. “생각 이상으로 윤 총장이 밸런스나 수위조절을 잘한다. 세게 나갈 때는 세게 나가고, 나가지 말아야 할 때는 선을 지킨다. 웬만한 정치인보다 낫다. 딱히 검찰총장으로서 품위 손상이나 법률 위반, 항명, 직무태만 이런 것으로 걸 게 없다.”

“윤석열 총장의 확장성은 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보면 보수가 훨씬 더 이념적 정향성이 약하다. 보수는 표를 가리지 않는다. 보수는 이길 후보에게 간다.” 김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보복을 원하는 사람도 한국당보다 윤 총장이 보복하면 훨씬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반문표의 결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총장 임기(내년 7월 24일까지) 이후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20대 대통령선거 스케줄에 올라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박신용철 위원의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임기를 채우든 채우지 않든 괜히 진흙탕 밭에 와서 다 까발려질 텐데 그런 선택을 할까. 지금 윤 총장이 버티는 것은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라기보다 조직 논리, 선후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강할 것이다.”

기자는 윤 총장 임명 당시 청문회 자료를 검토하다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윤 총장이 거주하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3층 아파트는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06년 구입한 집으로, 현재도 부인 김씨 소유로 되어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결혼 전인 2010년 10월 18일 김씨는 같은 건물 17층으로 옮겼고, 윤 총장이 제출한 서류 중 몇몇 건은 이 17층 주소지로 되어 있었다.

17층 집은 8억5000만원 전세로 입주해 있던 곳이다(이 전세권은 2016년 12월 13일 해지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부인 김건희씨 소유의 집에 2010년 10월 19일부터 ‘삼성전자 주식회사’가 전세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전세금은 7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전세권 설정등기는 2014년 11월 7일 해지되는데, 2015년 3월 31일까지 존속된다. “삼성이 김씨와 윤 총장의 관계를 알고 전세금을 보태줬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윤 총장이 제출한 주민등록초본에 따르면 윤 총장은 결혼 이후인 2012년 4월 17일 17층으로 전입해 2019년 6월 19일에서야 3층 김건희씨 소유의 아파트로 전입해 세대주가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검증 안 된 부인 소유 아파트 삼성전세권

‘부인 소유 아파트에 삼성전세권 설정’은 총장 임명 전부터 거론되어온 의혹이었으나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 국감 당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김건희씨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윤 총장은 “2012년 결혼 직후부터 이쪽저쪽에서 공격을 해왔다”라며 “이런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면 누가 공직을 하겠냐. 그건 부당하다”라고 답한 바 있다.

“대선후보 검증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의 차원과 강도가 다르다. 당시엔 여권도 자기 쪽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 봐주면서 까다로운 질문은 하지도 않았고….” 이강윤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검찰총장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단기필마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면 해볼 만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대선은 세력이다.

기존용어를 쓰기는 그렇지만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수렴된다. 윤석열은 여의도에 세력이 없다.” 그럴까. 윤 총장이 현재 얻고 있는 인기는 ‘검찰총장으로서 윤석열’에 대한 보수와 일부 무당층의 지지이지 옷을 벗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윤 총장을 보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의인(義人)화, 즉 의로운 사람으로 만들고 ‘피탄압 코스프레’한 면이 강한데, 국민의힘·야권도 지금의 윤석열을 좋아하지, 대선후보로 영입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문연대를 내세워 전국경선 흥행몰이를 하더라도 기존 야권정치권이 플레이어를 넘어서 그에게 주인 자리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이 자체적으로 11월 19일 조사 발표한 20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출마하면 안 된다”가 40%로 “출마해야 한다”(20%)의 2배를 기록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고 정치해야 하지 않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언에 공감하냐”는 질문엔 “공감하지 않는다”가 66%이고, “공감한다”가 25%였다. 엮어서 해석하면 “윤 총장의 향후 행보가 사퇴 후 정치권으로 넘어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보다는 정치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검찰총장 일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중론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조사에서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재명 20%, 이낙연 19%, 윤석열 12%였다(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NBS홈페이지(http://nbsurvey.kr)나 중앙선거조사여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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