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악수 외교' 7분의 1로 뚝.. '온택트 회의'로 명맥 유지 [이슈 속으로]

최형창 2020. 11. 21. 1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실종된 '의원외교'
팬데믹 강타.. 외교도 '언택트' 시대
의원외교 활동 한해 100회.. 올 14회 그쳐
초청·방문 최소화.. 화상회의로 빈틈 메워
규모 축소.. '이면 합의' 등 공감대는 적어
정세 급변.. 대면외교 활성화 될까
日 스가 내각 이어 바이든 정부 내년 출범
북핵 등 한반도 둘러싼 동북아 정세 급변
여야 초당적 협력.. 선제적 외교활동 필요
의원외교가 실종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원외교의 발목을 잡아서다. 매년 100회 안팎의 의원외교 활동이 벌어졌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우리나라 의원외교 활동은 평소보다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의원들의 공식외교 활동은 14회(20대·21대 국회 총합)로 급감했다. 초청외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라트비아 국회의장 초청이 유일했다. 방문외교도 3건에 그쳤다. 지난 1월 한·남아시아 의회외교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의 네팔과 인도 방문, 박병석 국회의장의 지난 9∼10월 스웨덴·독일 방문과 이달 초 베트남 공식방문이 전부다. 지난 12∼14일 일본을 다녀온 한일의원연맹과 지난 15일 미국으로 떠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활동은 의회외교 예산이 따로 들어가지 않아 공식적인 국회 차원의 활동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대면 외교 빈틈 메우는 화상회의

의원외교는 크게 방문외교, 초청외교, 국제회의 참석 등 3가지로 나뉜다. 코로나19 여파로 방문외교나 초청외교 등 대면 외교가 최소화된 상황에서 비대면 화상 국제회의가 의원외교의 명맥을 유지했다. 이날까지 화상회의는 6차례 열렸다.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한국·미국·일본 3개국 국회의원 회의가 열렸다. 의원들은 미국 대선 결과와 영향, 미·중 관계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평소 서울과 워싱턴·도쿄에서 돌아가면서 열리던 이 행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김한정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박진·조태용 의원이 이 회의에 참여했다. 조 의원은 통화에서 “이슈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화상회의로도 상당 부분 할 수가 있었다”면서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직접 해보니 한·미·일 의원들이 마이크를 켜놓고 얘기를 하는 것뿐 아니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서로 이해를 높이고 중요한 공감대를 넓이는 데에는 화상회의가 매우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국회는 다음 달 17일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를 화상으로 열 예정이다. 한국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가 참여하는 국가 간 협의체인 믹타는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 협력체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화상으로 열리다 보니 아무래도 규모가 축소되고 분위기가 잘 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참가국 간 긴밀히 협력해 의제나 공동성명 등에 있어서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 의원은 “합의문이 나오거나 결론을 내는 회의가 아니면 화상회의로 어느 정도 성립이 되는데 믹타 등과 같은 국제회의는 공동성명이나 의장성명이 나와야 한다”며 “치열하게 문안을 조율해야 하는데 화상회의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대면 외교 활성화될까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코로나19를 무릅쓰고 대면외교가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이 들어선 데 이어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어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 AFP=연합뉴스
이에 지난 16일 박 의장과 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초당적 방미 대표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자체 한반도 TF 의원단인 송영길·김한정·윤건영 의원이 지난 15일 출국해 21일까지 현지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송 의원은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민주당 대표단이 동맹국 중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외교활동을 펼쳐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다음 행정부에서도 북미협상이 충실히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AP·교도연합뉴스
최근 김진표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은 현해탄을 건너 스가 총리를 만나고 왔다. 김 의원은 “매년 1월 초에 한·일 의원 간 신년 교류회를 항상 해왔다. 문화예술계, 양국의 전통공연 교환이나 스포츠, 과학계 등 서로 교류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는데 이런 교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이후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의회 차원의 교류를 넓히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박 의장도 다음 달 방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취임 전부터 의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탓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번도 외국에 나가지 못했지만 외교적 노력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누볐다. 특히 최근 베트남에서는 국가서열 1∼3위 지도자들과 연쇄회동을 하면서 한·베트남 특별입국절차 제도화, 코로나 검역 간소화, 정기항공편 조속 재개, 베트남의 한반도 평화체제 지지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의장은 지난 1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의회외교포럼 출범식에서 “초당적인 의원외교는 정부 외교를 보완하고 때론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은 거의 다 의원내각제이고,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미국도 의회의 힘이 큰 만큼 장기간에 걸쳐 인맥을 형성하고, 때론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의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