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득권' 오만이 부른 '아파트 舌禍'

정우상 기자 2020. 11. 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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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변호사 45세 국회의원, 51세 장관, 이게 기득권 아니면 뭔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아파트와 부동산에 대해 쏟아내는 말이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지르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동대문구와 강동구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한 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방도 3개가 있고 해서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했던 진 의원은 정작 지역구의 삼성이 만든 래미안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는 식의 원조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장 전 실장(현 중국대사)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강남에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장 전 실장이 내가 살아봐서 안다고 했던 강남 아파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11억원 이상 올랐다. 살아보니 별거 없는 게 아니라 보통사람은 평생 일해도 손에 쥘 수 없는 돈을 3년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7월 한 방송토론이 끝난 뒤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다. 부동산, 이게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한 여당 의원이 비록 마이크가 꺼졌다고 하지만, “집 값 안 떨어진다”고 했으니 국민들 입장에선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동산과 관련된 설화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언론이 왜곡했다”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뜯어보고 뒤집어봐도 당사자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선의’와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자신들의 표현력과 공감 능력을 탓해야 할 것 같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는 말에 무슨 말을 더하고 뺄 것이 있나.

현 집권층은 산업화 이후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등을 장악했던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통해 지금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많다. ‘민주화세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거치며 우리 사회의 기득권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지난 총선 이후에는 사회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진중권씨는 “보수는 자기들이 아직도 주류라고 착각한다”고 했다.

진선미 의원은 32세 때 변호사가 됐다. 지금 기준으론 그 나이의 태반이 백수다. 45살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살아왔다. 현 정부 들어선 여성부 장관도 했다. 적어도 40세 이후로는 대중교통보다는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 차를 탔다는 이야기다. 현재 그가 전세로 살건, 강남이든 강북에 살든, 얼마짜리 집에 살든 진 의원은 기득권이다. 기득권이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하는 건 강남에 살아보지 못한, 살 수가 없는 그리고 아파트가 없는, 아파트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겐 상처고 아픔이다.

민주당이 부동산이나 정책 관련 설화를 줄이고 싶다면 자신들이 저항세력이 아니라 기득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세상이 바뀌었고 기득권도 바뀌었다. 기득권 세력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 “투기세력” “독점세력”이라고 말해봤자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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