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0단] 지지정당 다르면 코로나도 다르게 본다, 한국도 미국도

이상훈 2020. 11. 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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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가 큰 위협인가 질문에
민주당 지지자 85% 위협으로 판단
공화당 지자자는 46%만 위협 인식 한국은 '노 마스크' 과태료 놓고
민주당 지지자 89% ‘적절' 판단인데
국민의힘 지지자는 56%만 ‘적절' 질병 앞에서도 내편 네편 따진 건가
같은 사실도 보는 ‘창'이 다른 탓인가

어느 때부터 진영 논리가 세상사의 판단 기준이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념과는 별 관계가 없을 듯한 영역에서도 정치적 진영에 따라 평가가 딴판으로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이면 웬만하면 옳고 타당하며, 다른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이면 그르고 부당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내 편인가, 남의 편인가가 잣대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가 극심하게 대립했다. 때론 대립을 넘어 적대적인 상황까지 갔다. 그러는 과정에 양측 지지자는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각도 딴판이었다.

지난 7월 퓨리서치센터는 코로나19가 미국 공중보건 전반에 큰 위협이 되는지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나 민주당 성향 응답자 중 85%는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나 공화당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46%만이 큰 위협으로 봤다.

앞선 6월 조사에서는 '상점에 갈 때 항상 또는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쓴다'고 답한 비율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76%였는데,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53%에 그쳤다. 코로나19는 질병·과학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지 정당에 따라 판단이 다른 것이다. 엉뚱하게도 당파적 이슈가 된 거다.

정책 평가에서는 더 차이가 났다. 지난 7월 말~8월 초 조사에는 미국이 다른 부유한 국가에 비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는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동조 성향 포함) 87%가 '덜 효과적'이라고 답했고 '비슷한 수준' '더 효과적'이란 응답은 각각 8%와 4%에 불과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동조 성향 포함)는 34%만이 '덜 효과적'이라고 했고 42%는 '비슷한 수준', 22%는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어떨까. 코로나19 자체에 대해선 미국처럼 완전 딴판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한국갤럽 10월 3주 차(20~22일)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 있는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59%가 '가능성 있다'고 답했고,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50%가 '가능성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다루는 정책을 놓고선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같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92%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는 그 비율이 47%에 그쳤다. 거의 두 배 격차다.

또 리얼미터 조사(11월 13일)에 따르면 '노 마스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침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89.4%는 '적절하다', 9.3%는 '과도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선 55.9%만이 '적절하다'고 했고, 37.9%는 '과도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는 시각에 따라 인식이 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 중에선 87.3%가 노 마스크 과태료 부과를 '적절하다'고 했지만, 부정 평가한 응답자 중에서는 '적절하다'는 비율이 57.3%에 그쳤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정치적 이념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그 양극화가 과학·정책의 영역까지 침범한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된 걸까. 혹시 같은 사실, 같은 내용인데도 그것을 보는 '창'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보여주는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은 아닌가 말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뭘 하든, 무엇을 말하든 진영에 따라 무조건 믿거나 무조건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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