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에게 이발비 5000원씩 내라는 해병대

원선우 기자 2020. 11. 21. 09: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병 월급 48만원인데..
예비역들 "숙박비·식비도 받지 그래?"
해병대 신병들이 각자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일선 해병 부대에서 병사들에게 ‘사비 이발’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해병대 등에 따르면, 해병 모 부대엔 지난 8월부터 2주에 한 번씩 부대에 이발사가 들어와 병사들의 머리를 깎고 있다. 병사들은 군 복지시설 소속 이발사에게 1회 5000원 이발비를 사비로 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병사들은 ‘군 규정에 따라 무조건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무조건 사비를 지출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당초 이 부대엔 비공식적으로 편제된 ‘이발병’이 동료들의 이발을 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급 이하 육군 일선 부대 등에서도 사회에서 이·미용 경력이 있거나 미적 소양이 있는 병사가 이발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이발병이 깎은 머리가 해병대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 복지 시설 이발사에게 이발을 맡겼다. 지난달부터는 병사들이 쓰던 전동 이발기(일명 ‘바리깡’)도 모두 회수했다. 해병대 두발은 ‘앞머리 3cm 이내, 귀 상단까지 5cm 올려 깎기’로 규정된 이른바 ‘상륙돌격형’이다. 옆머리와 뒷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쳐내야 하기 때문에 타군에 비해 이발 소요가 비교적 크다.

올해 군인 월급은 상병 기준 48만8200원이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 두발 규정을 충실히 지키려면 월 2~3회는 이발해야 하는데, 병사들에게 월 1만~1만5000원 이발비 지출은 과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지난 8월 해당 부대원들에게 외부 이발사에게 이발을 맡기는 방안을 놓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지휘관 판단에 따라 이발 방식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발병의 기술이 전문 이발사에 비해 능숙하지 않아 두발 규정에 비춰 미흡한 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들에게 ‘이발비’까지 사비로 내게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예비역들 역시 “이럴 거면 숙박비, 식비도 사비로 내라지 그러냐”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일부 부대원은 의견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만큼 다시 구성원 이견을 조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병사들은 민간인과 달리 원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두발을 정리해야 한다”며 “병사들의 이발 방식 선택 폭을 좁혀 영리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방 팀장은 “내년부터 병사들에게 월 1만원의 이발비가 지원되는데, 이를 통해 병사들이 본인 지출을 해야 하는 부분이 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월급 인상이나 지원 확대를 계기로 병사들에게 개인부담을 늘리는 식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