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담배와의 전쟁

KBS 2020. 11. 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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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최고 인민 회의에서 최근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강력한 금연법이 채택됐습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금연을 강조하는 건 코로나19 예방과도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중국 단둥에서 팔리는 북한 담뱃값도 폭등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소문난 ‘애연가’인데, 금연법 제정으로 북한의 흡연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북한 조선중앙TV에 소개된‘금연연구보급소’우리의 금연클리닉에 해당하는 보급소엔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흡연자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이 여성은 담배를 피우는 아들 걱정에 보급소를 찾았다고 한다.

[최 련/북한 주민 : "우리 가정에서는 아버지는 담배를 안 피우는데 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하루에 5대 내지 7대씩 피우고 있는데 기관지염이 점점 나빠져서 이제는 감기에도 쉽게 걸립니다."]

방송은 니코틴 수치를 측정하고 금연 보조제를 처방하는 등 금연연구 보급소의 역할을 상세히 소개했다.

흡연자들의 강한 금연 의지도 전했다.

[오 철/북한 주민 : "나도 이젠 담배를 끊어야 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는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서 담배를 배웠는데 이젠 진짜 어른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담배를 끊어야겠습니다."]

검게 변한 폐사진, 흡연으로 인한 질병들도 소개하며 적극적인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금연법이 제정됐다.

[조선중앙TV/11월 4일 : "31개 조문으로 구성된 금연법에는 국가금연정책의 요구에 맞게 담배생산 및 판매, 흡연에 대한 법적,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여 모든 기관, 단체, 공민들이 지켜야 할 준칙들이 규제되어 있습니다."]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와 어린이보육·교육기관뿐 아니라 의료시설과 상업시설에서도 흡연금지 장소가 공표됐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도 금연법에 담겼다.

북한이 2005년 제정한 금연 통제법 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법안이다.

북한에서 담배는 술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기호품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북한에서 일상화된 풍경이다.

북한 당국도 그동안 강력한 금연 캠페인이나 법적 제재는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담배공장을 찾아 담배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2009년 : "김정일 동지께서는 담배생산을 정상화하고 제품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공장 앞에 나서는 과업들을 제시하셨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담배를 국가가 주도해서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어떤 수입원을 잘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국산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 중에 하나가 담배의 퀄리티, 그러니까 담배의 품질을 향상하라는 그런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실제 북한 담배 품질은 2000년대 들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담배의 종류도 천지, 고향, 727, 려명 등 200여 가지로 늘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담배의 국산화를 장려했다.

담배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 수요를 넘어 밀수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활발히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

북한 담배 인지도가 실제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둥 시내 상인 : "옛날 (북한) 담배공장들은 중국에서 안 좋은 원료를 구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지금은 베트남, 라오스에서 원료를 사들여서 품질이 좋아지고 냄새도 좋아졌어요. 원래보다 훨씬 좋아요."]

그러면서 최고급 담배라며 북한 담배 하나를 꺼내 보인다.

[단둥 시내 상인 : "(그거 북한 담배예요?) 이건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요. 북한에서 제일 좋은 1호 담배예요. (얼마예요?) 이건 한 보루에 500~600위안(약 10만 원) 정도예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담배 한 보루에 10만원이 넘는다.

한 갑에 만 원꼴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단둥 시내 상인 : "북한 담배 사는 사람이 많아요. 희귀한 거라서 타지에서 온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고 비싸요. (신기해서 사 가는 건가요?) 상표를 보고 사 가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에겐 담배는 정치적 이미지 수단이기도 했다.

현지 시찰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의 손엔 담배가 빠지지 않는다.

나이 많은 관료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

최고 권력자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훈/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첫째는 이제 어른이다. 어른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이제 뭐 우리도 같지만 윗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지금 문화로 되어 도덕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김정은이가 이제 그 자기보다 나이가 뭐 자기 그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 앞에서 담배 막 피우고 있잖아요. 이것은 어떤 권위적인 것을 상징하는 그런 의미도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정치의 일환이죠."]

북한에서 지위나 권위, 과시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담배.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에서도 흡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공공장소 흡연을 강력히 경고하고 간접 흡연자들의 불만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북한 주민 : "버스 줄에서 아침 출근이라든가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아주 건전치 못한 사람으로 보며, 주위 환경에 불쾌감을 주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 : "아주머니들이 말하는 걸 남자들이 귀담아듣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포치하고 담배와 관련해서 투쟁을 벌여서 남자들 담배 안 피우게끔 된바람을 일으켜야지만 이게 해결되지, 웬만하면 해결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4일 금연법 제정 이후 흡연의 유해성을 코로나19 예방과 연관 짓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코로나 19가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금연법을 주민건강 증진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차원으로 분석한다.

[최정훈/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지금 기저 질환 이게 지금 중요한 그 원인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코로나 19 대비해서 원인이라든가 이런 거 관련해서 이제 그 세계적인 차원에서 우리도 관심이 있다 아마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주민들은 주로 단체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고 또 단체로 흡연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침방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흡연을 그대로 방치를 한다면 이런 전체근로자들의 어떤 생산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이런 우려도 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사태가 북한 내부 금연법 제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면, 외부적으로는 국경 봉쇄로 담배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북중 접경 단둥에서 북한 담배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단둥 시내 상인: " (북한 담배는 언제부터 들어오지 못하게 된 거죠?) 올해 코로나19 터지고 부터요. 코로나19 터지고 지금까지 국경이 막혀 있잖아요."]

팔고 싶어도 담배가 없어서 못 판다는 상인.

["(지금 어디서 북한 담배 살 수 있나요?) 압록 강변에서 고가로 구입할 수 있어요. '727’이 지금 얼마에 팔리는지 아세요? 북한에서 제일 비싼 담배인데 옛날에도 2보루에 천 위안(약 17만 원) 씩 했어요. (천 위안에 2보루요?) 지금은 2천 위안(약 34만 원) 씩 해요."]

강변 노점상에서도 북한 담배는 은밀하게 거래 중이었다.

북한산 담배를 찾는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가방을 여는 노점상.

[압록강변 노점 상인 : "이것까지 135위안이고요. 이것을 합하면 160위안, 190위안이고요. 전부 205위안이네요."]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밀수로 거래되는 담배가 줄어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다고 했다.

[압록강변 노점 상인 : "‘727’ 담배 들어본 적 있죠? 공급이 충분할 때는 한 갑에 70~80위안(약 1만 원) 했는데 지금은 100위안(약 1만 6천 원)까지 올랐어요. 담배는 못 들어오는데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봉쇄, 그리고 금연법 시행 등으로 북한 담배 생산량이 줄어들 지는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고질적인 흡연문화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얼마 전에 열렸던 정치부 회의에서도 그 재떨이가 있는데 금연법이 지금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면 그 정치부 회의장에서 재떨이는 완전히 없어져야 하거든요 금연법이 이제 막 채택이 되었고 이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금 약간의 어떤 과도기가 지금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볼 수가 있는데."]

주민들에겐 마스크 착용을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부터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던 김 위원장이 금연법 제정으로 과연 흡연을 자제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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