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처 극복한 한국.. 내 희생에 보람 느꼈다오"

김태훈 2020. 11. 2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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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신 고인은 전쟁 상흔을 극복한 한국 모습에 큰 보람을 느끼셨죠."

6·25전쟁 참전용사인 고인은 올해 3월 97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미국에 묻히는 대신 한국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6·25전쟁에 참전한 희생을 뜻깊게 생각한 가족이 그를 설득했고, 결국 고인도 생전에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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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6·25 참전용사, 부산 유엔묘지서 '영면'
미국인 6·25전쟁 참전용사 러셀 해롤드 존스태드가 20일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모습.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전쟁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신 고인은 전쟁 상흔을 극복한 한국 모습에 큰 보람을 느끼셨죠.”

20일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미국인 노병 러셀 해럴드 존스태드의 유족 눈가엔 이슬이 촉촉히 맺혀 있었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고인은 올해 3월 97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미국에 묻히는 대신 한국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고인은 1923년 10월 23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폴리스에서 태어났다. 미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도 한동안 징병제가 유지됐고 고인은 1949년 미 육군에 입대했다. 특히 1950년 12월부터 1952년 6월까지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에서 싸웠다.

절대 다수 미국인에게 ‘코리아(Korea)’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였다. 지도상에서 찾아보라고 하면 찾을 수 있는 이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왜, 누구를,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잘 모르는 채 상관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던 중 쓰러져갔다.

당시만 해도 문명과는 거리가 먼, 가난하고 비위생적인 한국에서 죽음의 공포를 안고 하루하루 살았던 고인은 전후 한국에서 치른 6·25전쟁을 ‘내 인생 최악의 시간'(the worst time of my life)’이라고 회상했다고 한다.

“누군가 전쟁에 관한 질문을 하면 답변 대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괴로워하셨죠. 실제로 작전 도중 다리를 크게 다치기도 하셨고요. 하지만 전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신 고인은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에 큰 보람을 느끼셨답니다.”(고인의 유족)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미국인 6·25전쟁 참전용사 러셀 해롤드 존스태드의 유해 안장식을 진행하는 모습.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고인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주한미군의 일원으로 한국에 남아 계속 복무하다가 1961년 한국 국적의 여성 수잔 존스태드와 결혼했고 이후 부부는 함께 미국에 정착했다. 고인은 자신이 상이용사였지만 제대 후 미국 정부가 상이군인한테 지급하는 보상금을 받길 거절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이 좀 더 적절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6·25전쟁 중 전사한 미군 등 유엔군은 당시 부산에 있던 유엔묘지에 묻혔다. 미군의 경우 6·25전쟁 참전국들 중 가장 많은 병력을 보냈고 3만6000명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다만 전쟁이 끝난 뒤 거의 다 본국으로 이장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미군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애초 고인은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 유엔기념공원에서 쉴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6·25전쟁에 참전한 희생을 뜻깊게 생각한 가족이 그를 설득했고, 결국 고인도 생전에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결심했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유엔기념공원에 유엔군 참전용사가 개별적으로 안장된 것은 고인이 12번째”라며 “현재 유엔기념공원에는 모두 11개국 2310명의 6·25전쟁 참전 유엔군 용사가 잠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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