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세요"..'급식 중단 위기' 처한 을숙도 길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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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겐 유독 가혹한 겨울을 앞두고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이 식량 부족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20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하 동학방)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을숙도 서부산권장애인스포츠센터 인근 '을숙도 길고양이 식량창고'가 있는 약 70㎡ 부지가 조만간 처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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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터전 찾지 못한 동물단체, 길고양이 급식 못할까 '난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길고양이에겐 유독 가혹한 겨울을 앞두고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이 식량 부족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20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하 동학방)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을숙도 서부산권장애인스포츠센터 인근 '을숙도 길고양이 식량창고'가 있는 약 70㎡ 부지가 조만간 처분된다.
처분 대상 토지는 수자원공사의 소유다. 수자원공사는 사하구 하단동과 을숙도를 잇는 낙동강하굿둑 경관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이곳에 공사 업체의 컨테이너 숙소를 놓고 필요 장비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수자원공사은 임차인 측에 23일까지 해당 부지를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동물단체들은 수자원공사의 통보에 난감하기만 하다. 해당 부지 안에 길고양이 식량창고가 위치해 있고, 처분 날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유로 식량을 보관할 새로운 장소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학방이 수자원공사에 식량창고를 이전할 수 있는 대체지를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수자원공사는 을숙도에는 창고를 이전할 만한 대체지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을숙도에서 길고양이 급식 봉사를 운영 중인 권세화 동학방 유기동물복지팀장은 "너무나도 난감한 상황이다. 우선 창고에 있는 사료를 전부 다른 곳으로 옮겨놓을 예정"이라면서도 "보관할 새 장소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을숙도는 반려인에게 버려진 길고양이가 200여마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산책객들이 을숙도를 찾아 식량을 제공하면서 길고양이들이 빠른 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할 시 을숙도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이 위험해진다. 길고양이들은 주로 관광객이 자주 다니는 을숙도 공원 등지에 서식하지만, 이들 간 식량 경쟁이 벌어져 먹이가 부족해지면 터를 옮겨 철새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하구는 지난 2016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수의사협회와 함께 을숙도에 있는 길고양이 200여마리 중 절반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동물단체들도 길고양이의 생명 보호를 위해 팔을 걷었다.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해 철새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무료 식량 봉사를 시작했다.
총 4명으로 꾸려진 을숙도 길고양이 봉사단은 '에코센터', '옛 자동차극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크게 3곳으로 나눠 일주일마다 한 번씩 무료급식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같은 봉사단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을숙도 내 식량창고를 이전할 만한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식량 창고를 대상으로만 한정해서 통보를 내리진 않았다. 해당 부지의 임차인에게 오래전부터 공사가 예정돼 있어 협조 통보를 여러 차례 해왔다"며 "식량창고를 둘 적당한 장소를 찾을 때까지 사료를 보관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말했다.
관할 구인 사하구 역시 식량창고를 보관하는 땅이 자신의 소유지가 아닌 이유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운 겨울철 생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급식소를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방안이 제기됐다.
김애라 동학방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급식소를 지정하고 재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아픈 길고양이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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