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맞짱..K팝 날린 펀치, 트럼프도 맞았다
[편집자주] 칼군무로 상징되는 K팝은 혹독한 연습생 생활과 다년계약으로 비난받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자유와 저항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BTS와 블랙핑크 등으로 인해 전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팬들은 K팝을 진화시켰다.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BLM) 시위와 홍콩, 태국과 칠레 등에서는 정권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까지 승화시킨 것이다. 아미(A.R.M.Y)는 저항의 동맹군(Allied Forces)이 됐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지만 큐아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종자들을 끌어모으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올해 6월 백인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숨진 뒤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이를 조롱하면서 #백인의생명은소중하다(White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로 트위터를 뒤덮은 것도 이들었다.
큐아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K팝 팬덤이다. 이들은 K팝 스타의 '밈(meme·짤)'에 #덕후트위터나가신다(Stan twitter RISE)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뒤 #백인의생명은소중하다 #큐아논 같은 해시태그와 묶어 게시물 폭탄을 던졌다. K팝 스타의 밈으로 인종차별주의 해시태그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큐아논에 관한 책을 쓰는 음모이론 연구원은 마이크 로스쉴드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큐아논은 홈그라운드에서 K팝 팬들에게 완전히 털렸다"면서 "이 세상에서 큐아논에 이렇게 맞설 수 있는 단체는 단연코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만명이 털사에서 열리는 유세 티켓을 신청했다"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트럼프 캠프는 경기장 밖 야외무대도 준비했다. 그러나 유세 당일 현장에 나온 사람은 6000명 남짓에 불과했다. 경기장은 썰렁했고 야외무대도 곧바로 철거됐다.
CNN,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력 언론은 '노쇼 시위'를 주도한 세력으로 K팝 팬덤과 10대 틱톡 이용자들을 지목했다. 실제로 이들은 좌석을 예매한 뒤 현장에 가지 말자는 약속을 온라인으로 공유했고 트럼프 캠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48시간 안에 관련 게시물을 지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세계 최강 권력자' 현직 미국 대통령의 행사를 대실패로 이끈 초유의 사건이었다.
11월 3일 대선 당일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위터에 #4년더(4MoreYears) 해시태그 게시물을 올리자 K팝 팬들은 이 해시태그에 스타들의 밈 공격을 단행했다. 트럼프 연임을 반대하는 이들도 덩달아 K팝 스타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흐름에 동참했다.
그렇다고 K팝 팬덤이 민주당을 응원한 것은 아니었다.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을 위한 풀뿌리 단체인 '바이든작전실(Biden War Room)'이 '바이든을 위한 K팝(K-pop for Biden)' 밈을 트윗하면서 K팝 팬덤의 힘을 빌리려고 했지만 "우린 너도 싫은데(We don`t like you, either)," "됐다 그래(hell to the no)"라는 반응만 돌아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종차별 같은 분명한 불의에는 저항하지만 과도한 정치색이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외신은 Z세대를 대표하는 K팝 팬덤이 미국에서 정치·사회운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하나의 세력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K팝 팬덤이 젊고 디지털 지식이 풍부하며 정치적 관심이 높은 Z세대의 표본으로서 온라인 운동가로 진화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K팝 팬덤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효과적으로 디지털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들은 K팝 산업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고려돼야 하는 하나의 세력이 됐음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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