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메이드인 코리아'.. '외산'이 안방까지 점령

김설아‧권가림 기자 2020. 11.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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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산업계 전반에 외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경쟁력은 여전히 확보 못 한 상황에서 저가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산에 자리를 뺏기고 있어서다. 통신·게임 분야는 물론 소재·부품·장비와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외산이 잠식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무관심한 정부와 ‘저가’·‘기술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밀려 들어오는 외산 사이에서 국내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길을 잃은 KOREA 기업들. 무너지는 산업 생태계 속 이들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완도군이 행안부 공모사업인 지역 밀착형 드론 배달점 설치 사업을 완료한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완도군


하늘길 덮은 ‘중국산 드론’… 태양광에 풍력도 외산이 점령



# 한국의 하늘길은 외산 드론이 점령한 지 오래다. 국내 드론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완구·레저용 드론은 90% 이상이 중국의 DJI사 제품이다. 산업용 드론시장 역시 DJI 제품이 70% 이상 차지한다. 세계 최대 드론기업인 DJI는 싼 가격과 함께 기술력을 내세워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안 유출 문제에도 공공기관마저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한국공항공사의 드론 입찰엔 10여개 국내업체가 참여했지만 결국 값싼 DJI 제품이 낙찰됐다. 공항공사가 2016년부터 사들인 13기의 드론 모두 DJI 제품. DJI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까지 챙기고 있다. 농가에서 드론을 구입하면 지자체가 약 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이 중 상당금액이 DJI 주머니로 들어간다.

# 중국산 드론의 높은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국내 관련 산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 정부가 대기업 진출마저 막아놓은 탓이란 지적이다. 드론은 2017년 공공발주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약돼 있다. 현재 국내 드론 제작업체 수는 200여곳. 이 중 다수가 평균 매출액 5억원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기술개발을 위해선 차세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지만 여력이 안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입찰도 이들에겐 하늘의 별따기. 제조시설확보와 생산·검사시설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도 몇 안된다. 3년 뒤 5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된다는 국내 산업용 드론시장. 국내업체는 꽃도 피워보기 전에 세계 1위 중국기업에 안방을 모두 내주고 있다는 상황이다.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사진=뉴스1 DB
산업계는 이 같은 드론 사례가 국산화율이 저조한 국내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국산 드론이 기술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내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외산의 공격에 바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비단 드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공공부문 네트워크 장비는 외산에 자리를 뺏긴 지 오래고 연간 4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외산의 침투가 시작됐다.

◆태양광·풍력… 밸류체인 전멸, 외산 잠식

문재인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 등도 외산업체의 ‘저가 공습’에 휘둘리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반기 사상 처음으로 2GW(기가와트)를 돌파했다. 하지만 중국업체의 공격적인 국내 진출로 국산 태양광 모듈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12.4% 하락한 67.4%에 그쳤다. 반면 올 상반기 진코솔라와 JA솔라 등 중국산 태양광 모듈 설치량은 0.69GW로 한국시장 점유율이 32.6%에 이른다.

이들의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다. 통상 태양광 모듈은 국산보다 중국 제품이 약 10% 싸다.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중국산 모듈은 300억~350억원, 국산은 350억~370억원가량 드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공단은 중국계 회사들이 신규 건설 제한과 보조금 축소 등 태양광 규제안으로 자국 내수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자 한국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가까우면서도 태양광 보급정책을 펴고 있는 일종의 ‘기회의 땅’인 셈이다.

모듈 이외의 나머지 소재 산업은 이미 중국업체의 잠식이 끝난 상황이다. 태양광산업 생태계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초소재의 경우 95%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러한 구조 탓에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은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모두 전멸했다. ‘태양광의 쌀’이라 불리는 폴리
실리콘 생산업체 OCI와 한화솔루션은 잇따라 국내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국내에서 잉곳·웨이퍼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몇 년 전부터 하나둘씩 사라졌다. ‘넥솔론’은 2년 전 파산했고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태양광 제조업체 관계자는 “모듈 설비를 아무리 늘리더라도 기초 소재는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여서 태양광 설비를 증설하면 중국업체에게만 좋다”며 “에너지전환도 좋지만 구조적인 외산 의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산업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현대중공업 떠난 자리… 외산이 점령

풍력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주요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도 풍력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각종 규제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모두 철수한 상태다. 그 자리를 외산 풍력설치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풍력 산업시장 점유율 1위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로 35%에 달한다.

국내업체인 유니슨(17%)과 두산중공업(11%)이 추격하고 있지만 독일 지멘스(9.5%)와 스페인 악시오나(4.3%)까지 포함한 외국기업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으로 12GW 규모의 전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외산기업들의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도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한 풍력제조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커지는데 외산 때문에 오히려 국내업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국산 기자재가 품질과 AS 등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다 보니 수주 경쟁이 붙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산을 쓰고 결국엔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정부 개입 없이는 앞으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산화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금은 세계적인 풍력 제조업체로 성장한 베스타스·지멘스·골드윈드(중국)나 태양광업체 진코솔라·JA솔라 역시 초기 자국시장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베스타스와 지멘스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95%, 골드윈드는 88%에 달한다.

자국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고용률 저하와 국부 유출 등 각종 부작용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핵심설비는 에너지 안보와도 관련이 있는 기술임에도 기술종속이 심각하다”며 “정부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선제적 투자로 기술독립을 이루고 더 이상의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글로벌화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며 “정부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외국기업 배만 불려줬다… 반전 카드 찾아야


# 가까운 이웃 나라 대만. 2017년 대만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위한 장소로 뒤늦게 해안을 낙점했다. 섬나라인 대만은 태풍 발생지로 바람이 잘 불어 해상풍력의 최적 장소로 꼽힌다. 정부 주도 아래 대만의 풍력발전 정책은 빠르게 추진됐다. 다만 자국 풍력산업에 대한 기반은 갖추지 못해 자연스럽게 외산기업들이 진입하는 통로가 열렸다. 덴마크의 ‘오스테드’ 등 세계적인 풍력발전설비 기업이 들어오면서 외산주도 개발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8년 체결한 대만의 창화 해상풍력단지는 시장가 대비 30% 이상 높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

# 2018년 6월 중국 국영조선사인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호주 앞바다를 항해하다 엔진 고장으로 멈춰섰다. 즉각 수리를 진행했지만 후둥중화는 결국 선체 결함을 인정하고 폐선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전세계 선주에게 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LNG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중국 LNG선 관련 문제는 계속됐다. 선박 일정을 제때 맞추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선박공업’(CSSC)이 프랑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9척의 LNG추진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초 인도가 돼야 했지만 내부 문제로 내년까지 1년 이상 연기됐다.

탐라해상풍력/사진=두산중공업
대만의 풍력시장과 중국의 LNG선. 이들은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국 산업이 없던 채로 외산에 휘둘리던 대만은 당시를 교훈 삼아 풍력시장 새 강자로 떠올랐고 저가를 앞세워 LNG선 수주를 따낸 중국산 업체는 결국 기술력에 발목이 잡혀 시장에서 밀려났다. 외산화 국면에서 생존한 대만이나 중국 저가 수주의 현실 등을 통해 한국 정부와 기업의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늦은 대만 풍력… 사업성은 5년 빨라

먼저 대만의 풍력 시장을 들여다보자. 외산 기업이 가격 폭리를 취하는 등 후발주자로 꺾이는 듯했던 대만의 풍력 산업은 정부 정책 아래 반전의 계기를 맞는다. 업계에선 산업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보다 10년 늦은 후발주자인 대만이 현재는 사업성으론 5년 이상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만 정부는 우선 해상풍력 3단계 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단계별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개 지역 16개 단지의 개발자를 확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만 정부가 ▲해상풍력 타워 ▲하부구조물 ▲육상 전력설비 ▲케이블 등의 현지조달을 의무화한 점이다. 해상풍력발전 증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자국산업 역량을 동시에 키우기 위해서다.

2단계 부품수주에 성공한 ▲LS산전(해저케이블 2000억원) ▲삼강엠엔티(하부구조물 2750억원) ▲현대스틸산업(하부구조물 1068억원) ▲씨에스윈드(해상풍력 타워 1895억원) 등 한국 기업도 대만기업과 기술제휴와 합작을 진행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대만 장비제조사와 타워공장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대만은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민 수용성’ 문제를 부처 간 협의체를 구성해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실증단지로부터 거리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차등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조건 보상해달라는 우기기식 요구를 거부하고 확실한 기준을 정부에서 잡아줬기 때문에 한국 시장과 달리 수월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대만보다 10년이나 빠른 국내 풍력 시장도 수용성 문제를 안고 장기화할 게 아니라 대만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LNG선/사진=뉴시스
반면 중국 LNG선의 실패는 한국기업이 재기하는 기회가 됐다. 중국 LNG선의 고장 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자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사)과 대우조선해양 및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는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의 LNG선 점유율을 위협해 갔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세계 LNG선 점유율은 한국업체가 80~90%가량을 유지하며 독식 중이다. 중국 조선사는 한국 빅3 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는 넘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선주들 사이에서 중국업체 악명이 높아질수록 기술력이 월등한 한국기업이 손쉽게 물량을 확보해 나갔다”면서 “1척당 2000억~3000억원대를 투자하는 선주 입장에선 선박 운용 안정성을 담보할 기술력을 갖춘 조선소를 선별해 일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3사는 이같은 시장 유동성이 LNG 운반선에 이어 LNG 추진선 시장까지 장악할 기회로 보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 위한 룰’ 절실

업계에선 내수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저가라는 이유로 국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 국내 컨테이너 크레인산업은 중국업체 ‘ZPMC’사의 저가 공세에 무너졌다. 국내 기자재시장을 장악한 ZPMC는 2015년부터 기존 저가정책을 바꿔 납품가를 기존 대비 20~30% 올리는 등 본색을 드러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도 반전의 계기를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룰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1차적 책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글로벌 외국기업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관련 산업에 관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며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국부유출과 국내 고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자국산업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글로벌 진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수요기관에서 국내시장 납품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며 “외산에게 국내시장을 빼앗기는 것은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국산화보다 협력체계를 강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홍배 동의대학교 교수는 “국내 산업은 그동안 글로벌 밸류체인 하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며 “무조건적인 국산화 정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비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협력방안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조언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차이나 퍼스트'·'아메리카 퍼스트'… 어떻게? 


2등은 필요 없는 ‘승자 독식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유무역 수혜국이 이제는 “각자도생하겠다”며 상대편 제압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선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에 번졌다. 글로벌 강대국은 자국 산업의 쇠락을 막기 위해 이민 문턱을 높이고 국제기구와 협약을 깨고 있다. 세계를 돌며 각종 청구서를 들이밀기도 한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개도국)을 분류하던 기준이 모호해진 점도 중요한 변화다. 탈(脫)세계화 움직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지난해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韓·中·日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아

“이 순간부터 통치 비전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2017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자유무역체제와 다자 국제기구 등 국제질서와 동맹에서 이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폐기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선 탈퇴하는 대신 동맹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미·일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개정했다.

‘관세’라는 무기도 꺼내 들었다. 미국은 수입산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보호무역주의를 펼쳤다. 2000억달러(222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미래 패권을 두고 전략 대결을 펼쳤다. 세탁기 등 특정상품수입이 늘어나 해당 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세이프가드’(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을 규제하는 무역장벽)를 발동하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는 개도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수출 산업의 위협 요소로도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않도록 했다. 개도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 등 150여개 항목의 특혜를 받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미국이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을 세액공제해주고 있는 점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250억달러(27조원) 규모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인 점은 미국의 글로벌시장 단절이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뒷받침한다.

◆모방도 하나의 전략

중국은 ‘카피캣’(흉내·따라하기) 전략으로 단기간에 글로벌 산업을 장악했다. 애플을 표방한 ‘샤오미’를 비롯해 아마존과 이베이를 버무린 ‘알리바바’와 구글처럼 검색에 초점을 맞춘 ‘바이두’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회사인 ‘랜드윈드’와 ‘지리’도 해외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을 복제한 ‘X7’ ‘Geely GE’ 등을 내놨다. 카피캣 전략은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위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텅빙셩 중국 장강상학원 부원장은 “중국 기업은 20~30년간 해외 기업 제품을 따라 만들며 습득한 기술을 조금씩 변형해 혁신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국가와 민간의 자원을 지렛대 삼아 ‘홍색 공급망’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원료나 중간재를 수입하는 대신 국산화 비중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중국의 약점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에 핵심 장비 국산화와 기술 고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선 반도체 지식재산 보호 제도를 내놨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특허활동의 양적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 자립의 청사진을 하나로 꿰는 전략으론 ‘스마트 플러스’가 있다. 이를 통해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해치는 외국기업과 개인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다음달 1일엔 수출통제법 발효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통제대상 물품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 조건으로 국가안전과 함께 ‘이익’을 포함하며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높여 놓은 상태다.

◆‘자국 우선주의’ 안전장치 필요

자국 우선주의 바람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EU(유럽연합)는 ‘유럽 외국인 투자 검열 틀’을 도입했다. 민감한 기술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고 자국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인도는 반덤핑 관세 278건과 세이프가드 4건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부과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경우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각 국가 간 동맹을 촉구한다든지 타국의 보호무역조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통상질서에 따른 전략적 외교 노선 수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글로벌 통상에서 나타나는 자국 우선주의의 신호탄에 불과하며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역 공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보호무역은 반도체와 자동차로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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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권가림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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