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된 기자 "세금이 왜이렇게 높아"..게임이 된 부동산
"부동산 사기를 당했습니다. 부지비가 가장 비싼 지역을 반값으로 은행에 판매해야 합니다."(찬스카드)
말로만 듣던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 개미처럼 번 돈으로 서울에 주택 하나 마련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값으로 내놓아야 했다. 다행히 현실이 아닌 모노폴리 K-부동산 보드게임에서였지만... 너무 몰입했나, 눈앞이 아득해졌다.
20일 오전 기자 다섯 명이 '모노폴리 K-부동산' 보드게임판 앞에 모여 앉았다. 부루마블의 원조 격인 모노폴리에 'K-부동산 확장팩'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에 냉큼 구매해 판을 깔았다.
K-부동산은 게임을 하면서 한국의 부동산 상식을 익히고 독점과 거래로 경제 관념을 배우게 하는 것이 기획 의도다.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을까' 호기심에 주사위를 굴렸다.
게임이 시작되자 처음 멈추게 된 도시부터 사들이기 바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1500머니(게임 속 화폐단위)씩 시드머니를 쥐여주고 시작하니 '탕진'의 여유가 있었고 욕망이 들끓었다.
김기자는 가장 먼저 부산(200머니)을 샀다. 모노폴리는 도시에 주택을 짓기 위해 같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 도시를 모두 구매해야 했다. 부산은 울산, 창원과 같은 색이다. 그러나 곧바로 정기자가 울산(180머니)를 매매하면서 독점의 꿈은 깨졌다. 독점이 안되면 주택을 세울 수 없고, 주택을 세워야만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급격히 높아진다.
네 명 모두 처음 멈추게 된 지역에 우연히 뿌리를 내렸다. 이기자는 경기도 용인을 시작으로 수원까지 매매해 경기도를 독점했고, 가장 먼저 주택을 세웠다. 뒤이어 군산과 전주, 익산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을 싹쓸이했다. 최기자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광주광역시, 여수를 사면서 전라남도 지역을 장악했다.
정기자는 강원도 원주, 경북 포항, 울산광역시까지 지역 불문 세력을 넓혀가며 땅부자로 발전했다. 정기자는 찬스카드로 '청년지원금'(100머니)를 받는가 하면 '전세자금 대출'(300머니)카드까지 뽑으면서 부동산정책 수혜자로 거듭났다.
최기자는 뿌리를 내린 광주광역시에 150머니를 들여 주택 한 채를 세웠다.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140머니였다. 여기에 '지하철 개통' 정책카드를 뽑으면서 임대료에 50머니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역세권'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정책은 매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기자 손에는 '투기과열지구' 카드가 쥐어졌다. 이 카드는 소유한 도시 중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의 추가 주택 건설과 판매를 금지했다. 임대료는 절반만 받을 수 있었다. "역세권이 되니까 투기가 과열됐네." 소름 돋는 현실반영에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김기자는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 등 수도권을 독점해 주택을 세웠고 타 도시보다 임대료가 높아 수입이 쏠쏠했다. 특히 서울은 28개 도시 가운데 가장 부지비와 임대료가 비쌌다.
걱정 없이 임대료 장사를 하다 방심하며 뽑아 든 찬스 카드에 한순간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 카드엔 '본인이 소유한 도시 중 부지비가 가장 비싼 지역을 강제로 은행에 반값에 판매해야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찾아볼 것도 없이 서울이다.
김기자는 가만히 앉아서 건당 임대료 300머니씩 벌어들이던 서울을 반값에 팔아야 했다. 사기를 당한 김기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정신이 혼미하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며 의욕 꺾인 말을 해댔다.
K-부동산 정책카드 19장 중에는 '주택청약 당첨'도 있다. 가장 먼저 주택청약에 당첨된 건 김기자였다. 그러나 청약에는 조건이 달렸다. "주사위 두 개를 굴려 같은 숫자가 나오면(더블) 원하는 지역을 구매할 수 있다. 단 기회는 3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임이 후반부로 갈수록 세금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초반에는 '종부세' 카드가 나오더라도 주택을 2개 이상 가진 플레이어가 없어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특히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전라북도 전주·익산·군산 지역에 주택을 세 채씩이나 세운 이기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정책 카드가 나올 때마다 월급(200머니)보다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소유한 도시와 건물 수만큼 내는 재산세는 150머니, 종부세는 무려 240머니를 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게임에서 잠시나마 다주택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네 명의 기자가 모두 다주택자가 되면서 종부세 카드를 뽑을 때마다 현금이 사정없이 빠져나갔다.
게임 중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세금이 왜 이렇게 높은가"였고, 그 말을 가장 많이 한 기자는 가장 주택을 많이 보유한 플레이어였다. 모노폴리는 '독점 게임'이다. 그러나 보유한 도시를 상대방과 계속해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지금 팔까, 나중에 팔까, 얼마에 팔까, 얼마에 살까"를 끝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도시를 독점하고, 많은 주택과 아파트를 지어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임대료가 높은 서울과 광역시를 선점하면 더 유리하다. 반대로 초반에 도시를 많이 얻지 못하면 임대료만 내다가 파산하기 쉽다. 똑같은 1500머니를 쥐여주고 게임을 시작했을 때 네 명의 플레이어 모두 욕망에 따라 집을 사기 바빴고, 나중에는 세금에 눈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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