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에 고민하는 北 '침묵'..20년 전과 비교하면?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0. 11.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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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에 北 2주째 침묵
北 침묵자체가 대미 메시지..'지켜보고 있다'는 의미
20년전 美 '클린턴 뒤집기'에 北 "우리도 갈길 간다"
북미관계 초기설정의 두 변수, 北 전략도발 vs 美 대북메시지
北 1월 8차 당 대회, 대미정책 방향 주목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우리 시간으로 지난 8일 사실상 대선 승리를 확정했으니 북한은 2주일 째 침묵 중이다.

침묵은 곧 고민이다. 침묵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응할 대미정책을 가다듬으며 대미 메시지도 치밀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의 국면은 미국의 정권 교체기 중에서도 20년 전 클린턴 정부에서 부시 정부로 넘어가는 시기와 유사한 점이 많아 주목된다.

먼저 선거의 공식 승리자가 바로 확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0년 미국 대선에서도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선거일로부터 36일이 지난 뒤에야 승복 선언을 했다.

이전 정부에서 북미 간에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당시 클린턴 정부에서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0년 북미공동 코뮤니케 합의가 있었고,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 합의가 이뤄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바뀌었고, 북한의 핵 무력 완성선언 등 군사적 지위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만, 당시 북한이 보인 행보는 현 시점에서도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당시에도 미국 대선에 대해 바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2001년 11월 7일 대선 투표 후 11일 뒤에 "미국에서 지난 7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후 연방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부시 당선이 확정되자 나흘 뒤인 12월 17일에 최종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사실 보도를 할 가능성이 있고, 최종 결과에 대한 보도는 미국의 공식 결과 확정 뒤 나올 공산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이뤄진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할지 여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20년전 당시에도 북한은 클린턴 정부와의 합의가 부시 정부에서도 지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북한 조명록 차수가 그 해 10월 미국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한 뒤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문제 등에 대한 공동 코뮤니케에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답방한 뒤, 북한의 초청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북한 방문이 예정되는 등 북미 관계개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기대는 당시 미국 조야를 휘몰아친 'ABC(Anything But Clinton)', 즉 '클린턴 뒤집기' 분위기 속에 수포로 돌아간다.

(그래픽=연합뉴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은 2001년 1월 20일 부시 정부 출범 5일 뒤에 나왔다.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일을 '독재자'라고 언급한 대목을 걸고 나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파월의 발언에 대해 "상식 밖의 망나니 언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칼을 내밀면 칼로 맞서고, 선의로 나오면 우리도 선의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발언은 종전의 대미 비난 논조와 비교해 볼 때 수위가 낮은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앞선 '외교적 탐색전'으로 분석됐다.

북한의 보다 본격적인 대응은 한 달 뒤인 2001년 2월 21일 '미국의 그 어떤 대조선 정책에도 준비되어 있다'는 제목의 외무성 담화에서였다.

북한 외무성은 이 담화에서 "새 행정부가 '관여정책'을 시행하겠다느니, '단계적인 접근'과 '조건부적이며 철저한 호환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난 시기의 조미 관계를 뒤집어 업고 '힘'의 방법으로 우리의 의지를 꺾어보려는 미국의 침략적이고 강도적인 본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조미(북미)쌍방은 제네바 조미기본합의문과 뉴욕 조미(북미) 공동코뮤니케 등을 통해 오랜 불신과 대결, 오해의 근원을 제거하고 관계를 정상회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쌍방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야여 할 의무가 있다"면서, "미국 측은 과거 우리가 제안한 타당한 제안도 심중히 알아보려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북한은 결론적으로 "조미(북미)사이에 그 어떤 합의도 없는 것만큼 이제 우리는 이전 행정부시기에 내놓은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구태여 구속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요컨대 미국이 먼저 이전 정부의 합의를 무시하고 있으니, 우리도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 미사일 발사 유예의 철회 등 기존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 제네바 기본 합의 등 기존 북미 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이 계속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장관 등 네오콘들이 속속 입각하는 상황을 주시한 결과로 분석됐다. 북한은 그 뒤 본격적인 핵개발로 달려갔다.

(사진=연합뉴스)
20년 전이 'ABC(Anything But Clinton)'라면, 지금은 'ABT(Anything But Trump)', 즉 '트럼프 뒤집기'이다.

관건은 북미 비핵화 협상 등 미국의 대북정책도 '트럼프 뒤집기'의 범주에 속하느냐 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미국 대선 3차 TV토론에서 바이든이 한 발언이 유일하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 정권의 정통성 부여 등 북한에 원하는 모든 것을 줬다"면서, "김정은은 깡패(Thug)"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는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조건으로 "핵능력을 축소시켜야 한다"며, "한반도는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핵능력 축소를 위한 북미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정권교체기 때마다 반복됐던 북한의 핵·미사일 전략 도발은 북미관계의 초기설정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줬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나오는 발언 등 대북 메시지도 북한의 행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등 기존의 북미 합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는 향후 북미관계 설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합의를 전면 폐기하느냐, 아니면 계승하느냐, 일부를 고쳐서 활용할 것이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80일 전투를 벌이며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미 비핵화 협상 등 대미 정책 방향을 가다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에 열릴 북한의 8차 당 대회는 북한이 향후 대미정책의 단서를 드러낼 1차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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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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