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 트집 잡더니..추미애 심복, 간부들에 돈봉투 [단독]

이정구 기자 2020. 11.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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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왼쪽) 차관, 심재철(가운데) 검찰국장과 대화를 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0월 검찰 간부 20여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약 1000만원 격려금을 현찰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와 관련해 “주머닛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6일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지시했으나, 오히려 법무부가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검찰국장은 지난달 14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일선 차장·부장검사들과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일 검찰국은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면접위원 20여명에게 격려금을 50만원씩 지급했다. 이날은 용인분원에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을 충북 진천본원으로 보내는 ‘원포인트 좌천 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해당 격려금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출장비나 면접위원 수당과는 무관한 별도의 ‘금일봉’이었다고 한다. 봉투에는 ‘심재철’ ‘수사활동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국장은 추 장관 취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 검사로 꼽힌다. 지난 1월 반부패부장 시절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무혐의’를 주장했다가, 대검 간부 상갓집에서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격려금이 과거 이영렬 검사장 돈봉투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2017년 4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과 검찰국 간부는 서울 서초동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이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이 지검장은 격려금이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5월 ‘엄정히 조사하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에 따라 이 지검장은 면직(免職)됐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한 이 지검장은 지난해 검찰 복직 후 하루 만에 사표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심 국장이 현찰로 격려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부당한 특활비 사용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국에 근무했던 한 검찰 간부는 “인사 업무인 면접과 관련해 특활비를 줬다면 명백히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고 말했다.

◇면접위원에게 특활비? 지침은 “기밀 유지 위한 수사·정보, 준하는 국정수행” 한정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 범위는 ‘기밀 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한정된다. 신임 검사 면접은 법무부 검찰국이 주관하는 ‘인사’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심 국장이 특활비 예산으로 격려금을 줬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검찰국의 특활비에 대한 지적은 국회 법사위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일 법사위 의원들이 대검을 방문해 법무부와 대검 특활비 내역을 검증했는데, 이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여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며 “‘정보 수집 및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법무장관이 주머닛돈처럼 썼다면 횡령, 국고 손실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국 특활비 사용이 적절한지’ 질문하자, 심 국장은 “인사 관련 문제는 다 비밀이 필요한 거고, 검사 인사라는 게 다 수사하고 관련된 업무들”이라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정식 출장비·면접수당 외 금일봉 , 검찰 간부 “면접위원 수차례, 이전에는 이런 격려금 없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임 검사 면접이 기밀을 요하는 ‘수사·정보’ 업무냐”는 지적과 “심 국장이 법무부 예산으로 생색 내기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그간 여러 번 신임 검사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공식 수당 외에 격려금을 받아본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심 국장과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연수원 격려금의 출처’에 관한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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