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끝장".. 高3·부모·담임 모두 초비상

곽수근 기자 2020. 11. 2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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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2, 코로나 '3차 대유행'에 수험생 살얼음판

주부 강모씨는 다음 달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아들을 위해 수능 시험장 책상과 같은 규격의 책상과 가림막을 구입했다. 수험생인 아들이 스터디 카페 등 외부에서 공부하다 코로나에 감염될까 걱정돼 집 안을 수능 시험장처럼 꾸몄다. 강씨의 아들은 이번 주 내내 외출을 일절 하지 않고 집에서만 공부하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하는 중이다.

강씨는 “최근에 지방 출장을 다녀온 이웃 학부모는 혹시라도 고3 딸이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일주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근처 호텔에서 지낸다”면서 “지금 코로나에 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수험생 가족은 초비상”이라고 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2주 동안 운영되는 '수능 특별 방역기간' 첫날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수능 당일까지 학원, PC방 등 수험생이 자주 출입하는 시설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방역을 점검한다../뉴시스

◇코로나 3차 대유행에 수험생, 가족 초비상

20일 교육부는 코로나 학생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29명(19일 0시 기준)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17일 하루 평균 14명이던 학생 신규 확진자는 지난 18일 37명으로 급증했다. 20일 코로나 여파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 학교도 두 달 만에 최다인 162곳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학교가 56%(9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능을 앞두고 코로나 재유행 조짐이 보이자 수험생 가정과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고3 확진자가 발생한 전남 순천의 한 고교는 이날 오전부터 전교생과 교직원 등 590여 명이 운동장에 길게 줄을 서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이 2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 검사를 받고 불안해했다. 서울의 한 고교는 고3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면 전환했다. 이 학교는 매일 쌍방향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학생이 집에서 수업을 듣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학원이나 독서실 등에서 공부하다 코로나에 감염될 우려가 있으니 집에서만 공부하라는 것이다. 이 학교의 한 고3 담임교사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으니 학생들은 밖으로 나가지 말고 부모도 외출을 자제하라고 가정통신문도 보냈다”며 “원격 수업 때 화상 카메라를 켜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부모에게 곧바로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교실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수능 일주일 전인 오는 26일부터 전국 모든 고교가 원격 수업 체제로 전환되지만, 이에 앞서 고3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고3 수업을 원격으로 운영 중인 서울의 고교는 전체의 67%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서울 모든 고교에 “3학년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6일부터 고3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바꾸도록 권고했다. 교육부는 재수종합반 학원도 수능 일주일 전부터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의 한 대입 학원 관계자는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도 대화하는 수험생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확산에 긴장한 분위기”라고 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외출 자제할 정도

코로나 확진이 잇따르자 수험생들은 집과 1인 독서실 등에서 ‘혼공(혼자 공부)’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고3 문모(18)양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1인 독서실에서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사방이 개방된 스터디카페 대신 1인실로 격리된 독서실을 택했다. 문양의 어머니는 “매일 소독약을 챙겨주며 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수능 볼 때까지 무사하도록 바라는 마음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고 있다”고 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30명대 집단감염이 퍼지면서 중등 임용고시 연기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임용고시 응시생 중에는 기간제나 시간강사로 학교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도 꽤 있어 임용고시에서 확산될 수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되면 수능 망친다 학생들 우려

수험생들은 수능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때에 코로나에 감염되면 사실상 올해 시험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수능을 치를 수 있지만, 낯선 환경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 자체로도 중압감이 큰데 병원이나 격리 시험실에서 치를 경우 불안감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코로나 확산세에 불안해하지 말고 실제 수능일처럼 시간을 정해 시험을 치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소장은 “코로나 상황은 수능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조건이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수능 시간표에 따라 모의고사를 치르는 식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준비하는 것이 남은 기간 수험 전략으로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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