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98] Life without a mother is a graveyard

이미도 외화 번역가 2020. 11.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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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 있어요(I Have a Mother)’. 이 제목의 해외 작품 사진 속 여자아이가 웅크린 자세로 잠들어 있습니다. 아이 볼은 엄마 가슴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만 실물입니다. 엄마는 누군가가 하얀색 분필로 길바닥에 그린 그림이고요. 와전된 탓에 사람들은 가여운 고아가 엄마를 그리워하다가 그림으로 그려 그 안에서 쪼그려 잠들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 창작자는 이란 사진작가 바허레 비셰. 작가는 자기 친척 집 한 아이가 놀다 지쳐 길바닥에 잠든 모습을 발견하곤 백묵으로 몰래 그려서 찍었다고 설명합니다. 스페인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Summer 1993·사진)’을 보다가 떠올린 사진입니다.

이런 은유가 있습니다. ‘아버지 없는 삶은 적막(寂寞)과 같으나 어머니 없는 삶은 묘지와 같아 영원히 적막이다(Life without a father is silence but life without a mother is a graveyard).’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훨씬 크다는 뜻이지요. 영화 주인공은 외딴 시골 외삼촌 집에 얹혀사는 여섯 살 소녀 프리다. 하루는 바르셀로나의 엄마에게 전화하는데 적막 속에서 들리는 건 발신음뿐. 아이는 최근 병으로 부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마더 테레사가 썼지요. ‘굶주린 배를 채우기보다 훨씬 힘든 게 사랑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다(The hunger for love is much more difficult to remove than the hunger for bread).’ 영화는 외삼촌 집에서 때론 미운 오리 새끼처럼, 때론 천사처럼 굴며 관심받고 싶어 하는 프리다의 성장 과정을 그립니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이 갈급한 아이는 한밤중에 집을 나갑니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옛집에 돌아가려는 겁니다. 아이는 멀리 못 가 발길을 돌립니다.

“너무 깜깜해요. 내일 갈 거예요.” 간절하게 ‘프리다’를 외치며 찾아 헤매는 외삼촌 가족을 숨어서 다 봐놓고도 이 말만 하고 눈을 피해버리는 프리다. 외숙모가 웅크린 채 모로 누워있는 아이를 뒤에서 감싸 품습니다. 24년 후 프리다는 첫 자전적 장편 영화를 찍습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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