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레이더 등 국산화율 65%..한국형 4.5세대 전투기, 20년 만에 발진

고성표 입력 2020. 11. 21. 00:03 수정 2020. 11. 2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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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 8조6000억, 최대 무기사업
150개 기관 참여, 20여 만 개 부품
속도 마하 1.81, 항속거리 2900km
이스라엘 업체, 레이더 성능에 놀라
수출 활로, 가격 경쟁력에 달려


나래 펴는 KFX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 사업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식화한 지 20여 년 만에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창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개발 비용만 8조6000억원에 이른다. 향후 9조6000억원을 들여 120대를 생산해 공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개발비의 20%를 분담하며 함께 사업에 참여 중인 인도네시아는 50대를 자국에서 조립 생산하게 된다. 최근 경제난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제때 주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의 행보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부속기사 참조〉

KFX는 2016년 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기본설계 검토, 상세설계 검토를 거쳐 제작, 조립단계로 넘어갔다. 최종 조립은 별도로 제작된 전방, 중앙, 주날개, 후방동체 등을 모두 모아 결합하는 단계다. 시제기 1호는 2021년 4~5월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2000여 차례의 비행 시험, 각종 평가 등을 거쳐 이후 순차적으로 120대를 생산해 공군에 납품하게 된다.

# 현재 목표로 하는 KF-X의 성능은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에 최대 무장 탑재량은 7.7t이다.(그래픽 참조)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KF-16보다 약간 상위급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FX는 수십년간 사용한 노후 기종인 F-4와 F-5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한때 밀리터리 덕후들 사이에선 KFX가 스텔스기로 개발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텔스기에 대한 희망 섞인 시각은 KFX가 진화적 개발단계인 블록 개념(Block Ⅰ/Ⅱ/Ⅲ)을 적용하기 때문에 나온 측면이 있다. 블록 개념은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전투기를 더 나은 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KFX는 한국 공군이 도입한 최신예 5세대 스텔스기인 F-35A에는 미치지 못 하는 4.5세대 전투기가 목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초음속 전투기 개발은 한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KFX 개발에는 국내 국방·방산 관련 연구소와 업체, 대학 등 150여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KFX에는 20여 만 개가 넘는 부품과 구조물, 전자·기계장치가 들어간다. 2019년 KFX 실물모형이 공개되기 전까지 형상 변경만 9번이 진행됐다. 상세설계도면만 1만2000장에 이른다. KAI 측은 “KFX의 국산화율은 65% 정도”라고 했다. 5년 전 국내 항공산업 분야의 국산화율이 40%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그동안 상당한 기술 발전을 이룬 셈이다. KFX에 부정적 시각을 보인 쪽에서는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개발이 좌초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KFX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선정하는 대가로 4대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KFX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4대 핵심기술 장비란 AESA(에이사·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이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정부는 4대 핵심기술이전을 거부해 KFX 개발에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는 4대 핵심기술 독자 개발을 결정했다. 이후 4대 핵심기술 장비는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이 시작됐다. 민간 기업도 힘을 보탰다. 레이더, 적외선탐색 등은 한화시스템이 전자파 방해 기술은 LIG넥스원이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특히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더는 가장 핵심 장비다. AESA 레이더는 공중전에서 적기를 식별하고 지상의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그동안 10여 개국만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8월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 시제품을 공개, 독자개발 성공을 알렸다. 1000여 개의 송수신 장치를 작동시켜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 성능 평가를 맡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사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 레이더 하드웨어가 성공적으로 개발됐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남았다. 레이더가 전투기의 비행·무기 체계와 통합 운용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제안이 들어왔지만 우리 기술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KFX 개발에 성공하면 인도네시아 추가 수출을 비롯해 동남아, 중남미 등 제3국으로의 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선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이 잘 마무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부속기사 참조) 분담금 조정, 기술이전 문제 등 인도네시아 측이 추가 요구를 어떻게 풀지가 남아있는 숙제다.

■ 공동개발 인도네시아, 분담금 미뤄 발목…KFX 대당 800억, 수출 경쟁력 확보 숙제

「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KFX 양산 계획대로라면 대당 가격은 7000만 달러(한화 800여억원)로 추정된다. 같은 4.5세대 전투기인 라팔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대당 가격이 9000억~1억4000만 달러(한화 1000억~1500억원)다. KFX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변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 개발비 8조7000억원 중 20%에 달하는 1조7333억원을 분담하기로 하고 공동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50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자칫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측은 현재까지 2272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미납금은 5003억원(10월 말 기준)이다. 분담금 미납분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된다는 점에서 향후 미납분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표면적으로는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이후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KFX사업에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과 접촉하며 라팔, 타이푼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특히 프랑스 측은 4.5세대 전투기 기술 이전 의향도 내비쳤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최신 전투기를 사들이려는 이유는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공군력 증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KFX는 2026년 이후가 돼야 양산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성공적 개발이 가능할지 여부가 미지수인 KFX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측은 분담금 액수를 낮추고, 핵심기술이전을 늘리는 방안 등을 우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조율 과정이 쉽지 않지만 KFX 사업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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