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소설 광장, '北선 인간개별성 말살' 묘사..김정은 읽어보라"

이세영 기자 2020. 11. 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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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패할 자유도 있는 자유로운 광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일 “(최인훈 소설 ‘광장’은) 북한에선 인간의 개별성이 완전히 말살됐다고 묘사한다”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독을 권했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의 '알릴레오 북's' 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공개된 도서 비평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북's’에서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 고(故)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에 대해 대담했다. 방송은 소설 광장을 ‘광장과 밀실의 대립을 지양하고 양극화된 이데올로기의 길을 넘어서서 제3의 길을 모색한 분단 시대의 역작’이라고 소개했다. 유 이사장은 대학교 1학년 시절 광장을 처음 읽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도 (소설 광장을) 좀 봤으면 좋겠다”며 “(광장을 보면) 북한에 대한 묘사는 인간의 개별성을 완전히 말살하는 시스템과 문화, 관습, 언어(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장에서 나오는 구절 ‘그들(북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아무 울림도 없었다. 혁명의 공화국에 사는 열기 띤 시민의 얼굴이 아니었다’를 인용하며 “거의 예언서”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4·19 혁명 이후 이 작품을 냈을 때 최 작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당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 혁명으로 하야했다.

그는 “이쪽(대한민국)은 자기가 마음 먹으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기 개별성을 살려 나갈 수 있는 체제”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은) 심지어 부패하고 싶은 사람은 부패할 자유도 있는 자유로운 광장”이라고 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과 북 각각의 이데올로기 문제점을 겪은 뒤 양쪽 사회를 포기한 채 제3국인 중립국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광장을 쓴 최 작가는 남쪽의 광장에서 명백한 가능성을 봤다’는 게 유 이사장의 생각이다.

유 이사장은 “광장의 서문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며 “서문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4·19 혁명 때 지식인들의 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고 했다. 1960년 11월 발표된 광장 서문에는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적혔다고 방송은 밝혔다.

또 방송은 최 작가가 지난 2017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면서 밝힌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를 현대사 최고의 명문장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객관적으로 볼 때 그렇게 많은 국민이 외우고 있는 문장이 그것(주문) 말고 더 있느냐”며 “우리 현대사에 그렇게 많은 국민이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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