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실패에서 배우는 것들

남상훈 2020. 11. 2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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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 지망생이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연거푸 퇴짜를 맞았다.

"이런 보잘것없는 수작을 자꾸 시도하지 마세요. 검토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자답게 실패를 감내하십시오." 더 단호한 거절이다.

마치 '도약에서 실패한 호랑이'같이 절망을 했는데, 그 절망은 지독한 고갈과 탈진의 느낌, '모든 노고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는 낙담에서 비롯한다.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의 숭고함이며 그 여정의 도덕적 올바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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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공모전 실패 등 숱하게 겪어
실패 없이 거둘 수 있는 성취 없어

한 작가 지망생이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연거푸 퇴짜를 맞았다. 그는 출판사에서 받은 거절 편지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거절의 사유는 주로 소설에 ‘깊이’가 없다는 거였다. 그밖의 거절 편지는 판결문 같은 것에서 의례적인 것, 포복절도할 내용까지 가지가지를 담았다. “다른 작품을 우리에게 보내지 마세요. 우리는 작가님과 맞는 출판사가 아니에요.” 거절 의사가 분명하지만 예의가 있다. “이런 보잘것없는 수작을 자꾸 시도하지 마세요. 검토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자답게 실패를 감내하십시오.” 더 단호한 거절이다. “우리는 이렇게 조잡한 원고를 출간할 생각이 전혀 없소. 앞으로는 이런 하찮고 불완전하고 제정신이 아닌 원고를 보내지 마시오.” 이것은 숫제 인신공격이다. “펜을 놓으세요. 선생이 쓴 글들을 태워버리고 문학을 멀리하십시오.” 아예 펜을 놓으라고 명령한다. 한 점의 가능성도 배제한다는 점에서 잔혹하다. 캐나다 출신 작가 카밀리앵 루아가 99통의 거절 편지를 모아 만든 책이 ‘소설 거절술’이다.

목표한 것에 못 미친 시도의 결과를 두고 실패라고 규정한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실패를 겪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숱한 실패를 겪었다. 입시에 실패하고, 소설 공모전에서 실패하고, 사업에서 실패를 했다. 마치 ‘도약에서 실패한 호랑이’같이 절망을 했는데, 그 절망은 지독한 고갈과 탈진의 느낌, ‘모든 노고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는 낙담에서 비롯한다. 니체는 이렇게 쓴다. “모든 노고는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구나. 포도주는 독이 되고, 사악한 눈길이 있어 우리의 들녘과 심장을 노랗게 태워 버렸으니.”(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석주 시인
나는 사람마다 겪어야 할 실패의 정량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청년 시절은 지식, 기술, 경험의 한계와 미숙성, 올바른 판단력 부족으로 더 자주 실패를 겪고 실수를 저지른다.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의 숭고함이며 그 여정의 도덕적 올바름이다. 실패는 쓰라리지만 실패가 곧 끝은 아니다. 거듭 시도하는 자에겐 실패는 잠시 유예된 성공일 뿐이다. 실패를 숙독하라!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습성을 갖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실패는 결핍과 부조화의 결과이고, 자기 역량의 한계, 성급한 욕망, 잘못된 정보와 빗나간 판단, 부주의함 때문일 수도 있다.

실패에 대한 성찰은 새로운 삶을 빚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실패는 또 다른 시작점, 재기(再起)를 위해 국면을 전환시키는 계기다. 이제까지 내 삶을 빚은 것은 성공한 경험들이 아니다. 실패에서 얻은 지혜가 ‘나’라는 인간을 빚는 데 보탬이 된 바가 있다. 실패가 내 잠재 역량을 키우고 인격을 단단하게 다지는 데 보탬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사람에게 실패 경험은 미래를 위해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되고, 인생의 큰 자산이다.

야구에서 3할 타자는 10번의 배팅 중 7번을 실패하고 단 3번만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구도 3할 타자를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구나 실패를 피하려고 들지만 실패 없이 거둘 수 있는 성취는 없다. 인류가 거둔 성취들은 모두 실패에 대한 보상들이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라! 실패에 주눅 들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라! 실패는 일의 과정에서 겪는 경험의 일부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자와 실패에 낙담하고 주저앉은 자들. 가장 좋은 것은 항상 가장 늦게 도착하고, 무덤이 있는 곳에만 부활이 있는 법이다. 불사조는 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서 금빛 날개를 치며 날아오른다. 기억하라, 니체는 “좋다! 그렇다면 한 번 더!”라고 말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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