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요즘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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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딸아이에게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재촉할 때였다.
남자아이 하나가 비어 있던 옆 그네로 다가오더니 딸아이에게 물었다.
남자아이는 아무리 잘 봐주어도 열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이와 서로 알은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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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남자아이는 아무리 잘 봐주어도 열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너 몇 살이니?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이라고 했다. 세상에. 아홉 살 코흘리개가 여섯 살 천둥벌거숭이 앞에서 옛날이 그립다며 반백년 넘게 산 어르신 같은 말씀을 늘어놓는 이 풍경을 대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쟤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까 싶었다.
딸아이가 더 놀겠다며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나는 평소대로 유치하게 응수했다. 싫으면 시집 가. 그러고 나서 눈을 돌리니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재개그. 어미를 생략한 짤막한 대꾸에 민망한 와중에도 나는 물었다. 너 아재개그도 알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아재 퀴즈를 낼 테니 맞혀보실래요?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중학교는? 나는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지루중? 아이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로딩중. 와아, 정말 그러네! 나는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아이는 백 시간 동안 그네를 타겠다는 딸아이보다 아재개그에 열렬히 호응하는 그 엄마가 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딸아이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너 그만 집에 가. 엄마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야.
나는 눈만 끔벅였다. 이 아이가 특별히 성숙한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는 솔직히 기억도 안 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코흘리개였던 것 같은데, 싶을 뿐이었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이와 서로 알은체를 했다. 아이가 새로 온 남자아이에게 짧고 빠르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새로 온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여섯 살짜리 키우기 힘드시죠? 그래도 지금이 제일 예쁠 때예요. 그런 다음 두 아이는 서로 마주 보고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가보다, 했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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