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요즘 아이들은

남상훈 2020. 11. 20. 22: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딸아이에게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재촉할 때였다.

남자아이 하나가 비어 있던 옆 그네로 다가오더니 딸아이에게 물었다.

남자아이는 아무리 잘 봐주어도 열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이와 서로 알은체를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딸아이에게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재촉할 때였다. 남자아이 하나가 비어 있던 옆 그네로 다가오더니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몇 살이니? 딸아이가 여섯 살이라고 대답하자 남자아이는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부럽다. 너 때가 제일 좋을 때야. 나도 그때가 그립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남자아이는 아무리 잘 봐주어도 열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너 몇 살이니?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이라고 했다. 세상에. 아홉 살 코흘리개가 여섯 살 천둥벌거숭이 앞에서 옛날이 그립다며 반백년 넘게 산 어르신 같은 말씀을 늘어놓는 이 풍경을 대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쟤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까 싶었다.

딸아이가 더 놀겠다며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나는 평소대로 유치하게 응수했다. 싫으면 시집 가. 그러고 나서 눈을 돌리니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재개그. 어미를 생략한 짤막한 대꾸에 민망한 와중에도 나는 물었다. 너 아재개그도 알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아재 퀴즈를 낼 테니 맞혀보실래요?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중학교는? 나는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지루중? 아이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로딩중. 와아, 정말 그러네! 나는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아이는 백 시간 동안 그네를 타겠다는 딸아이보다 아재개그에 열렬히 호응하는 그 엄마가 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딸아이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너 그만 집에 가. 엄마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야.

나는 눈만 끔벅였다. 이 아이가 특별히 성숙한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는 솔직히 기억도 안 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코흘리개였던 것 같은데, 싶을 뿐이었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이와 서로 알은체를 했다. 아이가 새로 온 남자아이에게 짧고 빠르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새로 온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여섯 살짜리 키우기 힘드시죠? 그래도 지금이 제일 예쁠 때예요. 그런 다음 두 아이는 서로 마주 보고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가보다, 했다.

김미월 소설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