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영혼을 끌어안는 단편집 [책과 삶]
[경향신문]
모나크 나비
김혜정 지음
바람의아이들 | 168쪽 | 1만1000원
“모나크 나비 말이야, 밀크위드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밀크위드는 독풀이다. 겨울잠을 자고 난 뒤 수천㎞의 멀고 험한 길을 떠나는 모나크 나비는 독성이 있는 밀크위드를 안식처로 삼아 알을 낳는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은 밀크위드를 먹으면 죽지만, 그 잎사귀를 먹고 자란 아기 나비들은 독을 품고 자기 몸을 지킨다.
김혜정의 단편 ‘모나크 나비’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친구 ‘지아’의 죽음 뒤 혼란 속에 있는 고등학생 ‘민찬’의 하루를 그린다. 지아의 기일, 민찬은 지아가 좋아했던 ‘모나크 나비’ 이야기를 떠올린다. ‘밀크위드가 없으면 독을 만들었겠지’라는 민찬의 대답에 지아는 “아, 그렇구나. 독기를 품으면 되는구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독기를 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소설은 아끼는 사람을 잃은 아픔과 후회에 대해, 그럼에도 짙어지는 다정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소년소설 <모나크 나비>에는 각자의 슬픔과 상처 속에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6편이 수록됐다. 단편 ‘물이 끓는 시간’은 살아남은 이들이 기억해야 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소설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는 밤마다 물을 끓여 바다에 붓고, 쌍둥이 누이의 희생으로 살아난 소년은 팽목항에서 자신의 슬픔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사이에서 49일간 유예된 시간을 보내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나를 기억해줘’는 따뜻한 기억을 넘치도록 갖고 있는 ‘하율’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뿐인 ‘수애’의 선택의 날을 그린다. 작가는 눈물과 상처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부서져서는 안 되는 마음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원장 바꾸고도 ‘2인 체제’ 유지 땐 법적·정치적 논란 불가피
-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68세 운전자···‘고령 운전’ 자격 논란 재점화[시청역 돌진 사고]
- [단독] 허웅 전 연인, 변호인 선임 법적대응 나선다
- 대구·충남·대전…여당 광역단체장들은 왜 한동훈 때리나
- [경제밥도둑]‘싸게 샀으면 길게 품어라’…‘슈퍼 엔저’라는데 엔화 투자 해볼까?
- 쿠팡 대리점, 택배노동자 유족에 “저라면 산재 안한다”
- 김정은, 전원회의 마치고 군수공장 방문 “경제 전반에 성과 확대”
- 착하게 살았는데…이 교도소, 왜 익숙할까
- [위근우의 리플레이]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 성희롱 논란…천하람이 뒷걸음질로 맞혔다?
- 전공의 일 떠맡고, 쉴 때도 호출 대기··· 보건의료 노동자 절반 “내 권한 밖 업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