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영혼을 끌어안는 단편집 [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0. 11. 20. 21: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모나크 나비
김혜정 지음
바람의아이들 | 168쪽 | 1만1000원

“모나크 나비 말이야, 밀크위드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밀크위드는 독풀이다. 겨울잠을 자고 난 뒤 수천㎞의 멀고 험한 길을 떠나는 모나크 나비는 독성이 있는 밀크위드를 안식처로 삼아 알을 낳는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은 밀크위드를 먹으면 죽지만, 그 잎사귀를 먹고 자란 아기 나비들은 독을 품고 자기 몸을 지킨다.

김혜정의 단편 ‘모나크 나비’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친구 ‘지아’의 죽음 뒤 혼란 속에 있는 고등학생 ‘민찬’의 하루를 그린다. 지아의 기일, 민찬은 지아가 좋아했던 ‘모나크 나비’ 이야기를 떠올린다. ‘밀크위드가 없으면 독을 만들었겠지’라는 민찬의 대답에 지아는 “아, 그렇구나. 독기를 품으면 되는구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독기를 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소설은 아끼는 사람을 잃은 아픔과 후회에 대해, 그럼에도 짙어지는 다정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소년소설 <모나크 나비>에는 각자의 슬픔과 상처 속에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6편이 수록됐다. 단편 ‘물이 끓는 시간’은 살아남은 이들이 기억해야 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소설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는 밤마다 물을 끓여 바다에 붓고, 쌍둥이 누이의 희생으로 살아난 소년은 팽목항에서 자신의 슬픔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사이에서 49일간 유예된 시간을 보내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나를 기억해줘’는 따뜻한 기억을 넘치도록 갖고 있는 ‘하율’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뿐인 ‘수애’의 선택의 날을 그린다. 작가는 눈물과 상처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부서져서는 안 되는 마음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