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정한 빵과 책의 온도는? [책과 삶]
[경향신문]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지음
작가정신 | 240쪽 | 1만4800원
책과 빵, 왠지 모르게 뿌듯함과 여유의 어우러짐이 느껴진다. 한 잔의 차, 안온한 늦가을 햇볕까지 곁들여지면 운치는 한층 진해질 것 같다. 더 바랄 것 없는 이상적인 조합이다. 정신적, 육체적 허기를 채워주는 상징들이어서인가.
<다정한 매일매일>은 그 책과 빵이 하나로 어우러진, 문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받는 소설가 백수린의 첫 산문집이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을 더했다. 저자에게 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빵도 그렇다. 한때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을 정도다.
“소설을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 같다”는 소설가. 그의 산문집은 빵과 책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아름다운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다가온다. 사과머핀과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생크림 토스트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또 아마레티는 시바타 쇼의 <그래도 우리의 나날>, 슈톨렌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짝을 이룬다. 김혜림 작가의 일러스트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저마다의 맛과 향기를 품은 빵과 책은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주변과의 소중한 관계, 실존적 인간의 근원적 고독도 생각하게 한다. 페이스트리의 결 같은 우리들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매일매일 조금 더 다정한 삶을 꿈꿔본다. 그러고 보니 책에는 한 잔의 차, 한 줄기 햇볕도 있다. 저자의 깊은 성찰과 섬세한 감성, 행간을 채우는 넓은 사유가 곧 차, 햇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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