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한 푼 보도연맹 재심 '무죄' 잇따라
[KBS 창원]
[앵커]
1950년 경남 마산 보도연맹 사건 당시 이적행위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사형당한 희생자 가운데 15명이 7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역사회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학살당한 넋을 위로하고 피해 유가족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윤경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에 사는 78살 송시섭 씨의 아버지인 고 송기현 씨는 지난 1949년 경남 창원에서 총을 든 공비에게 쌀을 내줬다는 이유로 '보도연맹'에 가입된 동시에 투옥됐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 직후인 1950년 8월 초,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마산지구 계엄사령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숨졌습니다.
당시 8살이던 아들 송 씨는 30대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시신도 찾지 못한 채 한 많은 70년을 살았습니다.
[송시섭/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 "겨우겨우 살아왔죠. (돌아가신) 어머니가 청상과부로서 아들 셋 데리고 살면서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그 한을 말하자면 말도 못 합니다."]
'보도연맹'은 1948년, 당시 정부가 좌익에서 전향한 인사들을 '보'호·인'도'하겠다며 만들었습니다.
민간인들도 대거 포함된 보도연맹원들은 6·25 전쟁 초에는 북한과 내통할 우려가 큰 이적행위자로 몰려 상당수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확인한 희생자는 전국에서 4천 900명에 달합니다. 경남 마산에서만 141명입니다.
이 가운데 15명의 유가족이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어떤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고,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난 2월 보도연맹 재심에서 희생자 6명이 첫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은 겁니다.
[이순일/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 : "이번 무죄 선고는 과거 국가가 자행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잇따라 물으며 진실을 밝히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은 학살당한 넋을 위로하는 위령탑과 추모공원을 만들고 피해자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에 정부와 자치단체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그래픽:박정민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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