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과의 비교 우위를 빼앗긴다는 초조함, 이유 있었던 '별점 테러' [책과 삶]
[경향신문]
백인의 취약성
로빈 디앤젤로 지음·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 288쪽 | 1만5000원
백인 여성인 저자가, 백인 독자들을 상대로, 백인이라는 인종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유색인들이 얼마나 차별받는지가 아니라, 백인이 얼마나 유리했는지를 되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자신이 속한 백인 공동체에 이렇게 묻는다. “인종주의에 의견이 없는 백인은 한 명도 없지만” “문제가 됐던 건 언제나 ‘그들의 인종’이었지 ‘우리의 인종’은 아니지 않았냐”고.
저자는 ‘다양성 훈련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인종주의를 다루는 강연이나 워크숍에서 시큰둥한 백인 청중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들은 “모두가 같은 대본의 대사를 외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이었다. 인종주의의 정의를 말했을 뿐인데도 ‘백인은 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며 버럭 화를 내거나(이 남성이 다니는 회사는 직원 40명 중 38명이 백인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자신의 조상들이 한때 미국에서 얼마나 차별받았는지를 끊임없이 설명하며 저자가 범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려 한다.
백인들에게 인종주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마치 ‘무릎반사’처럼 따라 나오는 방어적인 반응들. 저자는 이를 ‘백인의 취약성’이라는 단어로 개념화한다.
저자는 “백인의 취약성을 촉발하는 것은 불편함과 불안이지만 이것을 낳는 것은 백인이 (유색인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라며 “취약성은 인종을 통제하고 백인의 이점을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엇갈린 책에 대한 평가는 미국 사회에서 ‘백인의 취약성’이 드러난 또 다른 사례다. 2018년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이 책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격렬한 인종주의 논쟁과 맞물리면서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아마존 리뷰에서 ‘별점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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