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마다 '검찰의 영장 묵히기' 견제 기구 둔다

허진무 기자 2020. 11. 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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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영장심의위' 제정령안

[경향신문]

보완수사 요구 없이 ‘청구’ 뭉개는 등 사유 때 사법경찰만 신청
검경 출신 제외 외부 전문가로…접수 10일 이내 위원회 소집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반려하면, 경찰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영장심의위원회’를 각 고등검찰청에 설치한다. 검찰이나 경찰은 위원이 될 수 없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지난 17일 법무부령 ‘영장심의위원회 규칙 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장심의위는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경찰이 견제하기 위한 기구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청구를 거부하면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영장심의위라는 견제 기구가 생겼다.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221조의5는 “사법경찰관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검찰의 기소와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처럼 영장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검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심의위 규칙 제정령안을 보면 영장심의위는 고등검찰청들에 설치돼 영장 청구의 적정성을 심의한다. 고검장은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전문가 20~50명의 후보 위원으로 구성된 후보단을 구성한다. 경찰의 심의 신청 때마다 추첨 등 무작위 선정으로 후보단에서 심의위원 9명이 선정된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재직하거나 재직했던 사람은 후보단에 포함될 수 없다. 위원장은 전체 후보단에서 직접 선출하며 임기는 1년으로 연임 가능하다.

위원장은 신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를 소집한다. 위원장이나 심의위원이 심의대상 안건의 당사자와 관련이 있는 등 공정성을 의심받을 사유가 있으면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 검찰이나 경찰은 의견서 제출, 심의 참석,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고 심의위원에 대해 기피 신청도 할 수 있다.

구속영장 청구 심의일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도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검찰과 경찰은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심의 신청은 사법경찰관만 할 수 있다.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한 결정서가 경찰에 접수된 날, 사법경찰관이 동일한 영장에 대해 2회 이상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이행했는데도 추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 사법경찰관의 영장 신청일로부터 검사의 영장 청구 없이 5일이 지난 날,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협의해 영장 신청일로부터 10일 이내로 정한 영장 청구 결정 기한이 지난 날로부터 각각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경찰은 위원회가 열리는 전날까지 철회 신청을 할 수 있다.

경찰이 이전과 동일한 내용의 영장을 재신청한 경우에도 심의 신청이 철회된 것으로 본다. 경찰은 심의대상이 됐던 영장에 대해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다만 영장 청구에 직접적으로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영장 청구의 공정성을 기하는 측면에서 영장 반려가 정당한지 한 번 더 심의하는 제도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검찰 입장에서는 권고적 효력이라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불기소 의견을 내놓았을 때처럼 위원회가 복잡한 사건을 단기간에 심의할 전문성이 있느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경찰의 신청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검찰과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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