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차기 주자들 '인사 정치' 시동..청와대와 개각 '기싸움'
'추미애·김현미 경질설' 배경으로..청와대는 함구 속 '속내 불편'
마지막 비서실장 인선 놓고 '정권재창출' '대통령 보좌' 역할 주목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개각을 앞두고 여당과 청와대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인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개각에 대한 입장을 이례적으로 표출하며 ‘인사 정치’에 나서면서다. 특히 검찰개혁과 부동산 주무부처 수장인 추미애 법무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름까지 공개 노출됐다.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선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흐른다. 개각을 계기로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의 미묘한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만나 개각 관련 의견을 나눈 사실이 확인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동 자체만으로도 정 총리의 목소리 키우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는 앞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장기화하자 두 사람 모두에게 “자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낙연 대표도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한 뒤 정치인 입각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개각 관련 질문에 “최근에 대통령을 뵙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문제도 포함됐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만나 추미애·김현미 장관 교체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능력 있는 여당 의원 다수를 입각에 추천한 것 정도로 안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이 대표 모두 ‘친문 직계’로 분류되는 주자는 아니다. 이 때문에 민심을 등에 업고 차기 대선주자 위상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검찰개혁은 ‘추·윤 갈등’만 남았고, 부동산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두 장관을 유임하든, 바꾸든 정 총리와 이 대표로선 민심을 전달했다는 최소한의 ‘알리바이’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추 장관의 경우 공수처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질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 스스로 검찰개혁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시인하라는 말이냐”는 불만까지 나온다. 김 장관의 경우도 “자진사퇴하긴 했지만 최정호 후보자를 내정하며 국토부 장관을 교체하려고 했다. 김 장관을 바꾸는 것이 개각의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는 모양새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을 함께할 비서실장은 퇴임 관리와 여권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할론에서 비켜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미래 권력의 차별화 시도가 불가피한 시기인 만큼 결국 비서실장이 일정 정도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여권에선 ‘박지원 모델’과 ‘문재인 모델’이 거론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를 보좌했던 박지원 당시 비서실장은 강력한 실권을 쥐고 정국을 진두지휘했고, 레임덕 관리와 정권 재창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청와대 2인자가 된 문재인 비서실장은 원포인트 개헌 등 임기 막판까지 대통령의 정치를 놓지 않았던 노 대통령의 보좌 역할에 집중했다.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웃돌고 있고, 정권 교체보다 정권 재창출을 예상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박지원 모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후보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거론된다.
박홍두·이주영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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