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떻게'는 빼놓은 채 당위만 강조하는 정부의 탄소 정책

2020. 11. 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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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부가 지난 19일 공청회를 열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정부안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이를 위해 향후 30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은 65~80% 높이고 석탄 발전은 0%로 낮춘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에 그치고 석탄 발전 비중이 40.4%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치다. 이번 정부안은 지난 2월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이 정부에 권고한 기존 검토안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방법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62년 탄소 중립과 2050년 재생에너지 60%, 석탄 4.4%로 상정된 기존안의 목표를 훌쩍 앞당겼다. 국경을 넘어 재생에너지를 주고받는 ‘동북아시아 슈퍼 그리드’ 구축, 순환경제(원료 재사용·재활용) 강화, 완전 자율주행차 등 신규 방안도 다수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전략과 함께 올해 안에 유엔에 내야 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17년 대비 24.4%를 줄인다는 기존안의 5억3600만t을 그대로 뒀다. 30년 후 장밋빛 미래만 그려놓고 지금껏 해온 대로 하겠다는 꼴이다. 목표가 당겨졌다면 세부 실행 로드맵도 그에 따라 신속히 바꾸는 게 순리다.

정부가 석탄 발전 0%를 지향하는데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가 건립 중이라는 사실도 문제이다.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누가 믿겠는가. 동북아 슈퍼그리드도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구축을 장담하기 어렵다. 명확한 실행 계획과 방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약속은 말잔치일 뿐이다.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정부안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생산과 일자리 감소 문제를 들며 탄소 중립을 외면하는 철강·석유화학 등 국내 산업계의 현실도 짚어봐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국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안을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약속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야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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