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사기 혐의' 두고 검찰-변호인단 팽팽 대립

이지영 2020. 11. 2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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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두번째 재판 20일 열려
검찰 "업비트, 유죄 나온 다른 거래소와 사기 혐의 본질 같아"
변호인단 "암호화폐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한 사건들과 달라"
가짜 계정을 만들어 약 1500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진의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이 20일 열렸다. 재판부는 앞서 열렸던 첫 재판에서 유사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거래소 세 곳(코미드,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코인네스트)과의 차이를 밝히라고 밝힌 바 있다.

세 사건과의 차이가 항소심의 주요 쟁점인 가운데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가짜 계정을 통해 거래를 부풀려 투자자를 기망한 점에서 업비트는 해당 세 사건과 취지와 형태가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변호인단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했다는 점이 세 사건과 큰 차이라며, 사실관계의 차이는 법적 효력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업비트 허위 거래, 결국 수수료 수익을 위한 것"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나무 운영진 세 명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과 남 모 재무이사, 김 모 퀀트팀장 등이다.

송 의장을 포함한 운영진 세 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가짜 회원 계정 'ID8'을 개설해 거액의 자산이 예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도 업비트의 허위 거래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허위 거래로 인한 주문 체결 수나 거래량 등으로 실제 투자자의 거래를 유도한 것은 명백한 기망행위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앞선 세 사건과의 유사성도 강조했다. 검찰 측은 "코미드,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코인네스트 사건 모두 허수 주문을 통해 거래를 부풀린 사건"이라며 "이를 통해 상당한 시세 차이를 얻었을 뿐 아니라 회원들의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수수료 수익도 발생했다. 세 사건 모두 결국 수수료 수익이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 "업비트, 보유한 암호화폐 범위 내 매도... 세 사건과 범죄 사실 달라"

변호인단은 세 사건과 동일하다는 검찰 측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했는지 여부가 세 사건과 큰 차이라는 설명이다. 변호인 측은 "세 사건은 보유하지 못한 암호화폐를 매도했지만, 두나무는 보유한 범위 내에서만 거래했다"며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해당 시기에 충분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논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가짜 계정인 ID8에 충전된 금액이 실제 업비트가 보유한 암호화폐 및 법정화폐 잔고를 초과한 허위 충전이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꼽은 바 있다. 당시 변호인 측은 업비트가 해당 충전분을 넘어선 자금을 보유했으며, 거래 역시 잔고 범위 안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도 '보유 사실 여부'에 집중하며 세 사건과의 차이를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한국블록체인거래소는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했기에 사기 혐의가 될 수밖에 없다"며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한 다음 일부 보충했다 하더라도, 이는 보유자금이 아닌 예탁금으로 진행돼 '돌려막기'로 볼 수 있다. 회원들을 이중으로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나무는 이와 반대로 보유한 암호화폐 범위 내에서만 거래했다"며 "이미 보유한 암호화폐 범위 내에서 형식적인 입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실관계 차이는 곧 판결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보유한 암호화폐 내에서 매도했는지에 따라 사실관계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사실관계가 다르면 그에 대한 법적 효력도 달라야 한다. 세 사건의 유죄 판결에 따라 업비트도 유죄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건의 본질은 '보유 여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안의 핵심은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판매한 것이 아닌 허위로 주문을 제출해 회원을 기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사건의 공소사실은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매도했다가 아니라 입금하지 않은 자산을 포인트로 입력하고 주문을 제출했다는 행위가 사전자기록위작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암호화폐 보유 여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대법원 계류 중인 코인네스트와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건의 판결이 나온 뒤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나머지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 현재까지 논의된 것을 정리하고 다음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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