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털이식 재해처벌법..기업들 무죄입증 '하늘의 별따기'
재해처벌법은 포괄적 안전의무
사고땐 기업책임 피하기 어려워
기존 산안법은 기업의무 규정해
사고 초래한 과실만큼만 책임져
법조계 "기업 손해배상 소송땐
민사 배상 현실화가 더 적절해"
◆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② ◆
20일 전·현직 법관 등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형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위를 한 사람의 죄가 명확히 입증됐을 때 처벌하는 게 형사법의 기본 원칙인데, 포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면 다른 법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이미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 산안법 제167조는 사업주가 충분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등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제168조에 따르면 근로자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산안법은 각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있다. 가령 안전 조치의 경우 산안법 제38조는 기계나 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이나 폭발성, 발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검찰은 기업이 이러한 의무를 다했는지 수사해 죄를 묻고, 기업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근거를 제시하며 방어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되면 상황은 바뀐다. 포괄적으로 기업에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떤 행위가 잘못이었는지 특정해 방어할 수 없다.
한 고위 법관은 "포괄적으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다하지 않을 때 형사처벌하겠다는 건 입증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형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사고가 나기만 하면 책임이 씌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에 따른 배상을 현실화하는 게 보다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도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령 민사 사건에서는 기업의 책임이 10%일 때 이에 비례해 배상금이 정해진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는 책임이 10%라도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경영인에게 큰 책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도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이 밖에 법무부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큰 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집단소송안은 문턱이 너무 낮고 기업에 요구하는 것도 많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거개시제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많다. 증거개시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기업에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로,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하다. 증거 조사 관할과 신청은 별도 재판을 통해 이뤄진다. 과거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자료를 제출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소송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나온 제도다. 문제는 실효성을 높인다고 도입한 제도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는 데다 실제 재판에 들어가기 전 증거 채택부터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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